정의기억연대 논란의 18일…다시 입 여는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25일) 기자회견을 엽니다. 지난 7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연 지 18일 만입니다.
앞서 1차 기자회견 당시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사용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하면서 앞으론 수요시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집을 떠나 사찰과 호텔 등에 머무르며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이 만남에서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운 것을 두고 이 할머니가 용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서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할머니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소회와 윤 전 정의연 이사장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의 18일…눈덩이처럼 커진 '의혹'
이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 이후 18일,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입니다.
먼저 '회계처리 부정 의혹'입니다. 정의연과 정대협은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사업 항목의 수혜 인원을 99명, 999명 등으로 반복적으로 기재했고, 정대협은 지난 2014부터 2019년까지 한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6억 원 넘게 기부를 받았는데, 1억 1천여만 원만 공시했습니다.
두 단체는 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와 지자체로 13억 4천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국세청 홈택스 공시자료에 8억 원가량을 빠뜨렸습니다.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누락을 두고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자, 정의연은 "단순 회계 실수"라면서 "외부 감사를 통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놨습니다.
'안성 쉼터' 매입 과정에 대한 논란도 여전합니다. 정의연은 지난 2013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경기도 안성에 '힐링센터'를 마련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부한 10억 원 가운데 7억 5천만 원으로 사들였는데, 당시 비슷한 규모의 주변 주택이 4억 원을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2012년 서울 명성교회가 서울 마포구에 15억 원가량을 들여 '쉼터'를 마련해 준 다음 해에 곧바로 안성에 '쉼터'를 추가 사들이고, 지난달 산 값의 절반 수준인 4억여 원에 쉼터를 매각한 점은 "불법은 없었다"는 정의연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수사 속도 내는 검찰…이용수 할머니의 메시지는?
이렇게 의혹이 커지면서 시민단체들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횡령과 배임,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여러 차례 고발했습니다. 오늘까지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만 12건입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배당 닷새만인 지난 20일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을 압수 수색을 하고, 다음 날에는 길원옥 할머니가 거주 중인 '쉼터'를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인 윤 전 이사장이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수사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본격적인 강제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 할머니가 오늘 2차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입니다.
이 할머니는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다"면서 윤 전 이사장에게 기자회견에 참석하라고 말한 상태입니다. 윤 전 이사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윤 전 이사장이 실제 기자회견에 참석할지, 이 할머니는 여기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따라 이번 사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