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아닌 동반자로" 조용병-김정태 '맞손'…공동 해외진출하나

신한금융-하나금융, 글로벌사업 상호협력 MOU…대형 M&A 공동 추진 가능성도
"상반기 중 협의체 설립"…'국제통' 진옥동-지성규 행장 만남이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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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양 그룹 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2020.5.25/뉴스1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베트남 등 현지 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 간 소모적인 과당경쟁이 벌어져 인수 대상의 몸값만 올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진출 이후에도 현지 대형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캐피탈사 수준의 소규모 대출시장에서만 활동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제살깎아먹기 식 경쟁만 벌여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 회장과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협의체를 만들고 해외시장 공동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 협력은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통'으로 꼽히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만남을 계기로 이같은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인수·지분 투자·대형 M&A 추진 등 시너지 커…"상반기 중 협의체 설립"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과당경쟁을 지양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 및 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기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력 등이 담겼다.

이번 MOU를 계기로 우리나라 금융사들끼리 손해를 감수하고 벌인 해외 과당경쟁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특정 국가에만 집중적으로 진출을 타진해 서로 경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현지 금융사 몸값을 높여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먺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체결 단계지만 양사는 큰 틀에서 대부분 합의를 마친 상태로 내달까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두 금융지주 내 은행이 동일한 금액을 출자해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한 은행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면 다른 은행이 지분을 투자하는 협업 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중소형 해외 금융사를 중심으로 M&A했던 것과 달리 대형 금융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해서 기존(현지) 금융사를 위협할만큼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끼리 경쟁을 벌이면 소모적이어서, 과당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협의한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자가 되지 말고 동반자가 되자는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국가에 5대5 출자해 은행을 세울 수도 있고, 한 지주가 해외에 은행을 세우며 다른 은행이 투자할 수도 있다"면서 "예컨대 한 국가에 A금융지주 운용사가 있고 B금융지주의 은행이 있으면, B지주사 은행에서 A금융지주 운용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망이 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두 회장 모두 실천을 강조해,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기 중 협의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금융지주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수익성 규모도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법인·영업점)는 총 20개국, 222개이며 현지 직원은 6475명이다. 글로벌 자산 규모는 41조35550억원, 1분기 당기순이익은 890억원이다.

1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24개국, 216개이며 글로벌 현지 직원 수는 4601명이다. 글로벌 자산 규모는 총 39조9000억원,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33억원이다.

◇이례적 협의 배경은?…'국제통' 진옥동-지성규 만남에서 시작

매우 이례적인 이번 합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간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진 행장은 일본 전문, 지 행장은 중국 전문가로 둘 다 '국제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국제통 은행장끼리 만난 자리에서 이번 협의의 초안이 되는 이야기가 나왔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당초 은행끼리 공동 진출을 이야기 했으나 두 지주 모두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카드사, 생명보험사 등이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서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주사 차원에서 MOU를 맺는 게 더 낫다는 판단했다.

이들이 가장 처음 논의한 나라는 동남아시아가 아닌 멕시코로 였다. 지난해 진 행장과 지 행장은 두 은행이 모두 진출한 나라가 멕시코인 만큼 이를 하나로 합쳐서 현지 경쟁력을 갖춘 대형 은행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후 논의가 진척되면서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캐나다 등 북미로 넓혀나갈 계획을 세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그룹 차원에서 MOU를 맺으면 더 큰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각 회장에게 보고했다"며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전세계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하나금융과 현지화에 강점을 가진 신한금융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