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재정, 코로나 치료제이자 백신 역할 해야"

"경제 전시상황…전시재정 편성한단 각오로 재정역량 총동원"
3차 추경안 6월 처리 협조 당부…"충분한 재정투입으로 선순환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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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6일 세종시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 투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전시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필요한 '전시재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정의 역할을 방파제와 마중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라며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담아야 하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앞장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경제 상황에 관해 "IMF는 올해와 내년의 글로벌 GDP 손실 규모가 일본과 독일 경제를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 세계 170개 이상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해선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항공, 관광, 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며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고용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다.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의 당위성에 관해 강조했다.

이어 "IMF가 지금 과감한 재정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재정당국이 그동안 건전성에 중점을 두며 확장재정의 여력을 비축해 온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벌써 전 세계가 너나할 것 없이 재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총재정지원 규모가 세계 GDP의 10%에 해당하는 9조달러에 달한다"며 "우리도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중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 피해업종 기간산업 등에 총 250조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우리 GDP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재정이 큰 역할을 해줬다"면서도 "하지만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차 추경안의 내용과 속도에 관해서도 당부했다. 그는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위기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며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경제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상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경제 시대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해 복지 제도를 확충하고 공정경제 개혁도 멈추지 않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관해선 "재정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면서도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가재정은 OECD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며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서 41% 수준이다.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OECD에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에 대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의 증가폭도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재정여력을 국민 삶을 지키는 데 잘 활용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다만 "물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해내가야 한다"며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특히 내년 세입 여건도 녹록치 않을 것을 감안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 만큼 부처 별로 지출 우선순위를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펴서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활발히 의견을 내 주시고, 국회 논의도 잘 이끌어주실 부탁드린다"고 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