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재정인가…전시재정 편성 각오로 재정역량 총동원”
by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1·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21대 국회 개원 직후 ‘울트라 3차 추경안’의 국회 제출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대목은 재정건전상 악화 우려를 이유로 정부지출 확대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 등의 태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가재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재정여력을 국민 삶을 지키는 데 잘 활용해야 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과 같은 ‘경제전시’ 상황에 정부 지출을 쏟아붓기 위해 평시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지, 재정건전정 유지 자체를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도그마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정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아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 도리어 국가의 재정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의 싸이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내년 세입 여건도 녹록치 않을 것을 감안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부처별로 지출 우선순위를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펴서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입을 상수, 후순위 정부 지출 축소를 보완책으로 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