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넘어선 온라인 학교, 충북에너지고의 실험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은 물론 온라인학부모총회·학운위회의 까지 화상 회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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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시 미원면에 위치한 충북에너지고등학교(교장 고광욱)가 코로나 사태를 맞아 모든 수업은 온라인 실시간 쌍뱡향으로 진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학교는 수업 뿐만 아니라 교직원 회의등 모든 회의를 비대면 원격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대혼란의 시기. 학생과 교사는 교실이라는 만남의 공간을 잃어버렸다. 개학은 했지만 학생들은 친구의 얼굴조차 모른다. 반장도 뽑지 못했고 방과후 수업도 중단됐다.

교사들은 잠에서 깨지 않은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전화를 돌리기에 바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컴퓨터만 켜놓고 딴 짓은 않는지 걱정이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 노심초사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도 중단상태다. 코로나로 빚어진 파장은 모든 학사일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충북 청주시 미원면에 위치한 충북에너지고등학교(교장 고광욱) 만큼은 예외다. 이 학교 구성원들은 일상은 적어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충북에너지고등학교(아래 충북에너지고) 1학년 한 반의 일과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부터 출석체크 하겠습니다. ○○○ 학생"
"네"
"수업시간인데 옷차림이 그게 뭐지. 잠옷 차림은 안돼! 옷 갈아입어야지"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진행하는 수업은 아니지만, 교사와 학생은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눈다.

출석체크가 끝나고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됐다. 예문을 읽던 선생님이 한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특정 문장을 읽어 보라고 요구했다. 학생이 읽는 소리는 컴퓨터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수업을 시작 한 지 20여 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문제를 푸는 시간은 2분이 주어졌다. 잠시 뒤 선생님의 모니터엔 학생들이 올린 답안이 하나 둘 올라왔다. 선생님은 틀린 답안을 낸 학생을 불렀다. 왜 그런 답안을 내게 됐는지 물었고 오류를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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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충북에너지고 3학년 학생이 코로나 사태이후 처음으로 등교했다. 등교한 학생들은 기숙사 한방에 한명이 입실했고, 모든 수업은 원격 화상수업으로 진행됐다. ⓒ 충북인뉴스

충북에너지고의 수업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세가지 원격수업 유형을 제시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콘텐츠 활용형, 과제 수행형 등 세가지.

콘텐츠형은 교사가 미리 녹화해 둔 동영상 수업 콘텐츠를 올리고, 학생들은 이곳을 접속해 듣는 방식이다. 단방향이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사이엔 소통이 어렵다.

반면 충북에너지고는 실시간 쌍방향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사이에 소통이 자유롭다.

교사들의 정규수업만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강사가 참여해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도 원격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된다. 교직원을 대상으로하는 청렴교육도 원격 화상교육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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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를 맞아 온라인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미원면에 위치한 충북에너지고등학교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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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에너지고등학교 교직원 원격 화상회의 장면. 이 학교는 코로나 사태이후 모든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전환했다.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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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화상회의에 참여한 충북에너지고 교직원 모습 ⓒ 충북인뉴스

코로나로 정착된 비대면 교직원 화상회의

지난 19일, 충북에너지고 교사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흘렀다. 하루 뒤면 3학년 53명의 학생의 등교가 이뤄지는 상황.

전공과 등교준비회의, 기숙사 사감회의, 담임회의 등 회의가 잇달아 열렸다. 교직원의 회의도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와 교직원, 심지어 학교정문 경비실에 자리한 배움터지킴이 어르신도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고광욱 충북에너지고 교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면대면' 회의를 중단했다. 충북에너지고에선 보고와 결제도 사이버상에서 진행된다.

인터뷰 도중 고광욱 교장의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교장 선생님! 사이버 교장실에서 볼 수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교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광욱 교장은 컴퓨터에 앉아 사이버 교장실에 접속했다. 교직원은 화상을 통해 몇 가지 업무에 대해 보고했다.

고광욱 교장은 "충북에너지고에선 종이 없는 결재가 진행된, 지 이미 오래다"고 말했다.

20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참여한 원격화상 학부모총회

코로나는 대부분의 학사 일정을 집어 삼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모든 행사와 회의는 중단됐다. 그런데 충북에너지고는 지난 4월 전체학부모 총회를 마쳤다. 200명이 넘은 학부모들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학부모 총회 날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지급된 크롬북 컴퓨터를 통해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한 뒤 부모님께 인계했다.

학부모는 모니터에 안내되는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라인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는 자동으로 집계돼 모니터에 공개됐다.

학교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 원격화상회의를 통해 안건을 부의하고 전자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학교운영위원장도 선출했다.

학생회의도 실시간 화상회의로 진행된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을 통해 얼굴을 익힌 학생들은 반장까지 화상 투표를 통해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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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 실시간 쌍방향 시스템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충북인뉴스

온라인 화상시스템 구축하는데 얼마나 들었을까? 

코로나 정국에서 충북에너지고의 화상교육, 화상회의 시스템은 효과를 발휘했다. 문제는 비용. 많은 예산이 소요 됐다면 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최적의 대안이라고 할수 없다.

이에 대해 고광욱 교장은 "화상수업과 화상회의를 구축하는 데 추가로 들어간 비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에게 지급된 크롬북과 구글 '지수잇 에듀케이션'(G-SUIT FOR EDCATION)', 무선망과 선생님에게 지급된 카메라가 전부다"고 말했다.

고광욱 교장은 "우리 학교는 2017년부터 학생에게 40만원 상당의 크롬북을 지급했다"며 "크롬북은 5년 사용하게 되는데 졸업을 하면 반납한다. 신입생은 선배가 쓰던 것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글 계정은 무료이고 크롬북은 이미 구입한 것이다. 데스크탑에 연결해 사용하기 위해 몇 만원 짜리 카메라를 교사에게 지급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전부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학교애 대한 구성원의 만족도는?

충북에너지고의 실험에 대해 구성원들은 어떤 반응일까? 이 학교 구성원들은 한계는 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성호(3학년) 학생회장은 "적응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면서도 "인문계 등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선생님과 수업시간에 원활하게 의사 소통이 안돼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적었다"고 밝혔다.

문성호 학생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 보단 소통이 부족한 점은 있었다"며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가 안정이 돼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하는 상황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취업준비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안타깝다. 빨리 마무리돼 취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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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교후 1인1실 기숙사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문성호(3학년) 학생회장. ⓒ 충북인뉴스

정은경 교사는 "다른 학교 교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영상을 촬영해서 편집해서 듣는 체계"라며 "(우리 학교는) 쌍방향 수업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며 밝혔다.

정 교사는 "처음에는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며 "수업체계는 잡혔는데 수업 시간 동안 아이들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도중 수시로 '누구야! 누구야!'하고 불러보고,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1:1 실시간 채팅을 통해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정 교사는 "실시간 화상수업을 통해 효과를 많이 봤다"며 "대면수업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 등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구나 하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지수잇 에듀케이션 외에도 수업이 끝난 뒤에 '구글 클래스'를 과제를 올리고 형성평가를 확인하는 식으로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온라인수업이 아니라 온라인 학교를 향해 간다"

박을석 충북도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은 "교육부 조사결과 온라인수업 형식중 실시간 스트리밍 형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10%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충북에너지고의 온라인수업방식과 학교운영 방식은 매우 앞서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시간 스트리밍방식은 다른 원격학습유형보다 학습효과가 높다"며 "(화상회의 등은) 학교운영에 상당히 효율적이다. 또 학부모 총회나 학교운영위원회등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온라인학교가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충북에너지고에서 실험된 원격수업 기술이 미래 교육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온라인수업의 기술이 확산된다면) 주5일등교제에 변화가 올수 있다. 재택수업과 등교수업이 혼합된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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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사태이후 수업과 학교행정에 실시간 원격화상 시스템을 도입한 충북에너지그동학교 고광욱 교장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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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욱 교장이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교직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컴퓨터 교과인 고광욱 교장은 "이젠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며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어떻게 할것이냐? 직원들이 동의해 우리들이 선도해보자고 해서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추후에 따라오는 학교가 안착해서 해 볼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방향에 선생들이 전향적으로 동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광욱 교장은 "우리들의 실험은 단순하게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학교를 구축해 보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의 학교에 대해 이제 한 걸음을 내딘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