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고진영 "최고의 결말, 행복한 하루였다"[슈퍼매치]
by 장강훈[영종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짜고 친 것 아니에요. 행복한 하루에요.”
세계 여자프로골프를 호령하는 고진영(25) 박성현(27·이상 솔레어)이 똑같은 기부금을 획득한 것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24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총상금 1억원)에서 나란히 5000만원씩 나눠가졌다. 박성현이 1번홀을 비롯해 6, 7, 8, 14, 15, 17번홀에서 승리를, 고진영이 3, 4, 5, 10 13, 18번홀에서 승리를 각각 따냈다. 그러나 무승부 후 이른바 ‘배판’ 승부에서는 고진영이 두 번을 더 가져가 전체 스코어에서는 10-8로 고진영의 승운이 따랐다.
고진영은 “너무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게 (상금을)반반씩 나누게 돼 짜고친 거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더라. 짠 것 아니다”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끝나서 기분좋다”고 말했다. 박성현 역시 “마지막(18번홀)에 (고)진영이가 버디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딱 넣더라. 정말 행복한 하루”라고 환하게 웃었다.
여자골프 세계 최고 스타들의 매치업 게임이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였다.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국내에서 치르는 대회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다니던 이들에게 무관중은 낯설 수밖에 없다. 고진영은 “버디하고 인사하는 게 습관이 돼 있더라. 늘 갤러리분들이 응원해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는 메시지를 주곤 하시는데 그게 없어서 좀 아쉽더라. 버디하고 박수소리도 없는데 인사하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며 웃었다. 박성현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일상을 그리워한다.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우리도 건강에 신경을 써야하지만, 팬들도 그러셔야 한다. 팬들께도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서로가 건강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많은 경기에 계속 나갈텐데 많은 응원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벤트 매치를 끝낸 둘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재개 전까지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둘은 같은 후원사와 매니지먼트사 소속이라 식구로 볼 수 있는 관계다. 골프선수 특성상 대화할 일이 거의 없던 이들은 처음 치른 매치플레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것도 큰 소득이라고 귀띔했다. 고진영은 “최근에 (경기도 용인으로)이사를 했는데 언니를 초대했다. 화장지 사들고 와서 오늘 못다 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성현도 “오늘 초대를 받아 마음의 결정을 못했는데, 용인에서 훈련을 하니 한 번 가봐야겠다”고 화답했다. 외롭고 지루한 해외 투어 생활을 하다보면 동료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필드 위에서는 한 치 양보없는 샷대결을 하지만, 세계를 호령하는 국내 최고 골프 스타들이 ‘절친’이 된다면 이 또한 전세계 팬심을 사로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전 여부에는 “소속사와 상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고진영과 박성현을 국내대회에서 보고 싶어하는 골프팬의 바람은 이번 슈퍼매치로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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