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현충원서 친일파 묘 파내야" 조성은 "반인륜적 부관참시냐"
보훈처 "친일 전력자 60여명, 6·25 등에도 기여"
by 원선우 기자입력 2020.05.25 15:44 | 수정 2020.05.25 16:00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울 동작을) 당선자는 “국립현충원에서 친일파 무덤을 파묘(破墓·무덤을 파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래통합당 조성은 청년비대위원은 “중국 문화혁명이나 조선 시대 부관참시가 연상되는 반(反)인륜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당선자는 지난 24일 민주당 김병기(동작갑) 당선자 등과 함께 지역구 내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했다. 두 당선자는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수진 당선자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작년까지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친일파 파묘’ 법률안이 통과가 안 됐다”고 했다. 이어 “현충원에 와서 보니 친일파 묘역을 파묘하는 법률안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현충원에 묻힌 친일 전력 인사들을 ‘강제 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통합당 조성은 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 분열만 가중시키는 전근대적이고 충격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조 위원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이 청나라 황실의 무덤을 파헤치거나, 조선 시대 사화(士禍) 때 ‘부관참시(剖棺斬屍·죽은 사람의 무덤을 파내 관을 꺼내고 시신의 목을 자름)’를 했던 일이 연상된다”고 했다.
조 위원은 “현재 코로나 사태와 경제 파탄으로 국민의 삶이 어려운데도 집권 여당의 당선자들이 국민의 이목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친일파들에 대한 역사적 판단은 엄정하게 하되, 자칫 반인륜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파묘’ 등의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론을 지나치게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하는 이런 식의 논쟁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여권에선 그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기준으로 친일 전력이 있는 국립묘지 안장자 60명에 대해 국가보훈처장 또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장 요구’ 권한을 주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현행법상 이미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을 재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친일 전력 인사들은 6·25 전쟁 등에 기여했기 때문에 안장 자격이 취소되지 않는 한 강제로 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진보·좌파 진영에선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백낙준 연세대 초대 총장 등도 ‘파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당 법률 개정안들은 대부분 소관 상임위에 접수됐을 뿐, 상임위 차원의 기초적인 논의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집권 여당이 야당에 진지한 논의를 제의해야지, 단순 지지층 결집을 위해 ‘파묘’ 등 자극적 언사만 사용하는 것은 입법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