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도 다 먹겠다? 與 "여야 분배 옳지 않아"
박광온 "분배는 1988년 與小野大로 생긴 전통"
"野의 견제·감시보다 국정 협조가 국민의 명령"
by 김경필 기자입력 2020.05.25 14:11 | 수정 2020.05.25 14:29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25일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여야가 의석 비율에 따라 나눠 맡는 관례에 대해 “옳지 않다”고 했다.
국회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국회의 상임위와 상설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 18석은 국회 교섭단체들이 의석 비율에 따라 나누어 맡는 것이 관례였다. 정치권에선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이 관례를 깨고 18석 전부 또는 대부분을 차지하려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상임위원장직과 관련해 국회 관례 이상의 몫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김태년) 원내대표님께서 원(院·국회) 구성 협상을 하실 것인데, 사실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의석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전통은 1988년에 생긴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의석 구도가 생겼고,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야당들에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안배했던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87년 체제’를 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본회의에서 선거를 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이론적으로는 의석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특정 의원에게 몰표를 보내는 방식으로 모든 상임위원장을 마음대로 뽑는 것이 가능하지만, 13대 국회부터는 여야가 대체로 의석 비율에 맞춰 상임위원장직을 나눠 갖기로 약속하고, 서로 합의한 의원에게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찬성표를 던져 선출해왔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제 이 관례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박 최고위원은 그 이유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명령은 ‘야당의 견제나 감시 역할’보다는 ‘야당의 진정한 국정 협조’를 분명히 명령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야당의 옳은 자세”라며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했다.
국회에 제출된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 또는 특위에서 심사하게 돼 있다. 법안은 회부된 상임위의 전체회의에서 여야 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가게 된다. 상임위원장은 어느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지, 어느 법안을 표결에 부칠지 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법안의 통과를 무산시키거나 적어도 지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에서 자기 당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박 최고위원이 시사한 것처럼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마음대로 차지하게 되면 의석이 최대 123석에 불과한 야당은 어떤 법안도 막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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