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방탄소년단, 뉴이스트·세븐틴 한솥밥...왜?
by 뉴시스입력 2020.05.25 14:21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가요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빅히트는 플레디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25일 밝혔다. 빅히트 소속인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플레디스 소속인 그룹 '뉴이스트'와 '세븐틴'이 한 식구가 됐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올해 초부터 빅히트의 플레디스 인수설은 가요계에 파다했다. 지난 3월 세븐틴이 빅히트의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합류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은 기정사실화됐고, 사실상 발표만 앞두고 있었다.
글로벌 수퍼그룹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빅히트는 국내 굴지의 가요기획사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 보아를 매니지먼트한 한성수 대표가 이끄는 플레디스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요 기획사로 통한다. 손담비, 걸그룹 '애프터스쿨'을 키워냈고 현재 뉴이스트와 세븐틴 외에 나나, 범주, 결경, 예하나, 성연 등이 소속돼 있다. 이런 규모 있는 회사가 빅히트 울타리에 들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엔터테인먼트사의 인수, 합병은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8년 3월 SM이 배우 배용준이 이끌던 배우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를 인수한 것이다. 또 SM은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FNC애드컬쳐를 인수, 사명을 SM라이프디자인그룹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SM은 인디 레이블 '밀리언마켓'을 산하 글로벌 뮤직 레이블로 편입하기도 했지만, 가요 레이블보다는 주로 다른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인수에 치중해왔다.
그런데 빅히트는 다른 가요 기획사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톺아볼 만하다. 지난해에는 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인 쏘스뮤직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실 빅히트 자체적으로 그룹 라인업이 부족하기는 하다. 입대를 앞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보내야 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아직 신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 기획사의 레이블 편입은 라인업 공백을 단번에 해결시켜준다.
방 의장과 빅히트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K팝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방 의장이 작년 8월 '공동체와 함께 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국내 음악시장에 대해 설명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방 의장은 당시 2017년 기준 국내 음악시장은 9억6700만달러(1조1631억원)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국내 게임시장은 100억6500만달러(12조1061억),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로 두 산업의 시장 규모가 10배 차이가 나는 점을 설명했다.
한국인 하루 음악 소비 시간 평균은 1시간18분으로, 하루 게임 소비 시간(평균 1시간30분)과 거의 비슷한 시간을 투자하고 소비하는데 시장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음악 산업이 그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방 의장이 강조한 것이 '사업이 아닌 산업'이다. 단순히 음악을 팔고 사는 것이 아닌, 구조적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는 결국 "음악 종사자 삶의 질 개선, 질 높은 콘텐츠를 위해 투자"로 이어졌다.
가요 기획사로서 덩치를 키우는 것은 안정화된 구조에서 음악 산업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타 회사와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 영화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 손 'CJ ENM'과 손잡고 레이블 '빌리프랩'을 설립한 것이 예다. 빌리프랩은 보이그룹을 발굴하는 프로제?P '아이랜드'를 오는 6월26일 엠넷을 통해서 첫방송한다.
이런 방 의장의 유연함은 인재 영입에서도 뚜렷하다. 그룹 'f(x)'의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역인 민희진 전 SM 이사를 브랜드총괄(CBO)'로 영입했다. 방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는 '아이랜드'에서는 타 기획사 가수, 프로듀서와도 협업한다. 최근 '깡 신드롬'으로 재조명되는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한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가 'ㅇ이랜드'에 프로듀서 진으로 합류했다.
방 의장과 빅히트의 이런 행보는 코로나19 시대에 주목할 만하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콘서트 시장으로 재편된 대중음악시장은 코로나19 같은 재난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런 시점에서 산업화가 덜 된 시장이나 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회사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곳이다.
빅히트가 가요 콘텐츠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는 동시에 가요 기획사로는 이례적으로 데이터베이스·IT 개발자를 대거 채용,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이유다. 빅히트는 게임 회사 '수퍼브'를 인수했고, 플랫폼 사업 자회사 '비엔엑스', 콘텐츠 판매 자회사 '비오리진' 등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빅히트를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명단에 스냅,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에 이어 4위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레이블 인수로 체질을 강화하고 있는 빅히트가 올해 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관심이 쏠린다. 빅히트가 상장할 경우 일부에서 시가총액이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에서 나온다. 일명 3대 가요기획사로 통하는 JYP·SM·YG, 3사를 다 합친 것보다 2배가량이 많다. 현재 인테리어 작업 중인 신사옥 '용산 트레이드센터'로 이사하는 오는 12월께 빅히트의 청사진은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 관계자는 "빅히트의 레이블 편입은 안정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질 높은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면서 "빅히트로 편입되는 회사들은 잠재력이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봤다.
좋아요 0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