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왜 지금 홍콩 보안법인가?
by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중국이 ‘홍콩 국가안전법’(보안법)을 추진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모든 나라가 중국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홍콩 반송환법 시위로 홍역을 앓았다. 이에 중국은 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홍콩 의회를 대신해 홍콩 보안법을 입안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일국양제(1국가 2체제) 위반으로,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전 세계에 앞으로 50년 동안 홍콩의 정치체제를 보장해주기로 한 약속을 깬 것이다.
중국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이유는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보안법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23일 사설을 통해 "보안법의 통제가 없는 홍콩은 미국 등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보안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보안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보안법에는 여러 조항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 중국 공안요원들이 홍콩에 상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요원들을 홍콩에 상주시킴으로써 민주화시위 지도부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 "형편없는 정책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계속해서 이를 추진할 경우, 홍콩이 누리고 있는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홍콩은 미국의 특별대우로 비자 면제, 면세 혜택 등을 받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반대 성명을 냈다. EU는 성명에서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것은 EU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25일 현재 중국의 홍콩 보안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낸 나라는 모두 23개국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집계했다.
특히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옥스퍼드대학 총장은 “일국양제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격렬하게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이 서방의 반발에도 홍콩 보안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중국이 더 이상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 서방의 엄청난 비판을 받았으나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특히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덩샤오핑이 제시했던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 정책을 접고 중국의 국익을 대놓고 관철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더 이상 서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점이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중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로 서방세계가 일사불란한 대중공격을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를 퍼트린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가득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콩 보안법을 추진하는 것은 전 세계의 반중정서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특히 코로나 대처에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했던 서방이 이를 계기로 단결할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친 자신감이 일을 그르칠 때도 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