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는 다친 아버지 자전거에 태우고 1200km를 달렸다
인도 소녀, 필사의 '코로나 귀향'
아버지 실직하자 남은 돈 털어 자전거 구입
가진 건 물 한 병뿐…일주일 달려 고향 도착
이방카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 찬사
인도 사이클연맹 "연습생 입단 테스트 원해"
by 김동하 기자입력 2020.05.25 11:43 인도의 15세 소녀가 코로나 사태로 대중교통이 끊긴 상황에서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200㎞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이라고 칭찬했고, 인도 사이클연맹은 "입단 테스트를 받아보자"며 관심을 표명했다.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살던 조티 쿠마리(15)는 서민 교통 수단인 오토릭샤(삼륜 택시)를 몰던 아버지가 코로나 여파로 실직하자 어머니가 있는 비하르주 다르방가로 귀향을 결심했다. 쿠마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세를 못 내니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며 "그대로 있었으면 아버지와 나는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리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인도 정부가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 3월 말 국가 봉쇄령을 발령하면서 대중교통까지 끊긴 상황이었다. 귀향을 원하는 이주 노동자를 위한 특별열차가 있었지만, 쿠마리는 열차표도 구하기 힘들었다.
쿠마리는 수중에 있는 돈 2000루피(3만3000원)를 털어 중고 자전거를 샀다. 지난 10일 아버지를 뒤에 태우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가진 것은 물 한 병뿐이었다. 일주일간 자전거로 귀향하면서 단 한 차례만 트럭을 얻어탔을 수 있었고, 낯선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얻어먹었다. 쿠마리는 빌린 휴대폰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하지마, 아빠를 집으로 데려갈게"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마침내 쿠마리와 아버지는 일주일의 여정 끝에 16일 고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마리는 "힘든 여정이었다"며 "내 목표는 단 한 가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쿠마리의 아버지 모한 파스완은 "고향에 정말 돌아올 수 있을 줄 몰랐다"며 "내 딸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용기가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쿠마리의 '인간 승리'는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방카 트럼프는 지난 22일 트위터에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은 인도 사람들과 사이클연맹을 사로잡았다"며 쿠마리 관련 기사를 올렸다.
인도 사이클연맹은 "쿠마리는 (사이클 선수를 할)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국립 사이클 아카데미 연습생 입단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나섰다. 다르방가 지방정부는 쿠마리를 현지 학교 9학년에 입학시키고 새로운 자전거와 교복, 신발을 선물했다.
좋아요 0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제휴안내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