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레디백 핑크 있어요? 여기도 없네"…스벅 매장 유랑하는 2030

핑크색 '재고 부족'…커피 300잔 주문하고 가방만 챙기고 떠난 고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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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타벅스)© 뉴스1

"여기도 재고 없다는데 넌 구했어? 다른 곳 가보려고"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한 스타벅스 매장. 한 30대 여성은 매장 직원에게 '서머레디백' 재고를 묻고 있었다. '서머체어'만 남았다는 답변을 듣자 누군가에 급히 전화를 걸며 매장 밖으로 나갔다. 그는 커피 구매가 아닌 사은품 교환이 목적인 듯했다. 뒤에 서 있던 여성 역시 직원 답변을 듣자 주문을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 재고 확보 매장 어디냐? 서머레디백 찾아 방황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21일부터 여름을 맞아 진행하는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가 과열되고 있다. 미션음료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해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일부 매장에서 사은품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 재고가 있는 매장을 찾아 떠돌고 있는 분위기다. 인기가 특정 제품에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날 매장 직원에게 '서머레디백' 입고 날짜를 묻자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입고 시기와 개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오늘은 주말이라 고객이 몰려 소진이 빨랐다"고 설명했다.

한 30대 남성도 서머레디백 재고가 없다는 답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17잔을 채웠다"며 "의자보단 가방이 목적으로 다른 매장에 가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올해 스타벅스가 이벤트로 제공하는 제품은 서머체어(휴대용 의자)와 서머레디백(다용도 가방)이다. 그중 서머레디백 인기가 높다. 서머체어는 구매가 가능해 희소성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찾은 스타벅스 매장 3곳 모두 주말임에도 서머체어 재고는 남아 있었다. 

특히 직장인은 주중 시간 제약 탓에 주말에 스타벅스 매장을 떠돌고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주중엔 회사 생활 탓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며 "친구끼리 커피를 먹으면서 1명에게 '몰아주기'해서 교환 조건을 만들었는데 재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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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타벅스)© 뉴스1

◇ 서머레디백이 뭐길래 300잔 한번에 지불  

업계에선 자신이 선호하는 색상 제품이 품절될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 가장 인기 제품은 서머레디백 핑크색이다. 실제 한 매장에선 서머레디백 '그린' 재고가 있었지만 교환을 거부하는 고객도 목격됐다. 온라인 중고거래에서도 핑크가 그린보다 약 1만원 비싸게 올라오고 있다. 가격은 8만∼10만원선. 거래는 8만원선에서 대부분 이뤄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캠핑용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디자인이 예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스타벅스 사은품을 얻으려는 고객이 더 몰리는 모양새다.

문제는 서머레디백이 인기를 끌면서 원치 않는 음료를 대량 구매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서울 여의도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커피 300잔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머레디백을 받기 위해 한 번에 약 130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그는 한잔만 마시고 서머레디백 17개를 들고 매장을 떠났다. 고객에게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했지만 대부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도 해마다 프리퀀시 이벤트 인기가 치솟아 재고를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숫자 공개는 하지 않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재고가 떨어진 매장은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며 "매장별 재고 유무 알림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