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수백명이 몸 맞대고.. 美, 코로나 잊은 연휴 축제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사회적 거리두기' 붕괴
관광지·수영장·해변·식당에 인파 가득차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 무색…美 보건당국도 경고
by 김승현 기자입력 2020.05.25 09:48 | 수정 2020.05.25 12:42 미국에서는 지난 23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연휴를 맞은 미국인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은 어떨까.
미 현지 언론과 유튜브·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에는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5일 유튜브에 공개된 16초 분량의 미 미주리주의 유명 관광지인 오자크 호수 오세이지비치(Osage beach) 영상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남녀 수백 명이 몸을 밀착해 수영을 즐기거나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파티 영상은 지난 23일 촬영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는 안내문 아래에도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댓글에는 “(상황이 심각한데) 어떻게 이렇게 즐길 수가 있나. 바보 같은 짓” “3주 뒤에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할 것 같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세이지 비치를 찍던 카메라가 바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한 남성을 찍자 이 남성이 ‘코로나는 없다(Corona-free)’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은 트위터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연휴 기간 동안 요트 클럽과 야외 바, 수영장 등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미 캘리포니아주 베니스 비치에서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달라’는 디지털 광고판이 있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미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한 해안가 도로 위에서 공중 촬영된 6분짜리 영상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상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이차선 도로를 막고 떠들며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 한가운데에서 승용차 위에 앉은 남성이 사람들에게 돈을 뿌리는 모습도 찍혔다. ‘연휴 기간에도 개인 간 6피트(약 1.8m)의 거리를 지켜달라’는 미 정부의 당부는 온데간데 없었다.
미 CBS 뉴스에 따르면, 결국 지역 경찰이 출동해 군중들을 해산시켰다. 크레이그 카프리 데이토나비치 경찰서장은 “우리는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며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아다니고 있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미 식품의약국(FDA)도 경고성 발언에 나섰다. 스티브 한 미 FDA 국장은 2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번 공휴일 주말에 나라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직 억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자신과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것은 모든 개인에게 달려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은 우리 모두를 보호한다”고 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5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 수는 163만9870여 명이다. 사망자는 9만7599여 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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