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오스카 시상식 3년 전 일인듯…4관왕, 여전히 믿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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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가운데)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평론가 스캇 펀다스(왼쪽)와 함께 오스카 시상식과 자신의 작품세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사전 계획한 행사로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과 맞물려 관객석이 매진되며 성황을 이뤘다. Anne Labovitz 페이스북 캡쳐

“오스카 시상식이 나흘 전인가요? 사흘 전인가요? 벌써 3년 전 일 같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51)이 수상 후 가진 첫 대외 행사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지역 관객과의 대화였다. 미네소타 주 지역 외신들에 따르면 봉 감독은 12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와 오스카 시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워커아트센터는 ‘봉준호: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을 상영하는 기획전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열었다. 봉 감독은 행사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미국 유명 평론가이자 아마존 스튜디오 수석 디렉터인 스캇 펀다스와 대담을 가졌다.


봉 감독은 오스카 4관왕이 된 데 대해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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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소재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말한 데 대해 그는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당시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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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아트센터는 약 20년 간 노아 바움백, 알렉산더 페인, 리안 등 거장 감독들과 대담 행사를 열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전 매진됐고 대기자 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장르영화는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며 “앨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 샘 패킨파의 영화를 AFKN과 대학 동아리를 통해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을 열거하며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이번 주말 귀국한다.

‘기생충’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0일부터 사흘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 누적 매출은 3717만 달러(12일 기준)로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5위인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곧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명 고전과 동시대 영화를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하는 크라이테리온은 ‘기생충’과 ‘살인의 추억’을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기생충’의 영문판 스토리보드가 그래픽 노블 형태로 5월 발간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