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있지만…절반 넘는 고교, 학생 정치활동 '금지'
by NEWSIS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 준비위 조사
학교 58%가 교칙으로 학생 정치참여 제한
도교육청, 이달 말 시정 권고키로 '늑장 대응'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지만, 정작 경기지역 일선 학교들은 여전히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해 말썽이다.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준비위원회(준비위)는 14일 오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내 고등학교 학교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준비위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경기지역 고등학교의 교칙(학교생활인권규정)을 조사한 결과, 전체 475개교 가운데 275개교(58%)가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75개교 가운데 29개교는 학생이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하면 학교장이 퇴학 처분하거나 선도위원회에 회부해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고양시 A사립고는 생활인권규정 제36조(퇴학처분) 조항에 따라 정치에 관여한 학생에 대해 퇴학 처분을 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남양주시 B공립고는 생활인권규정 제36조(퇴학처분)에 따라 정치에 관여한 학생은 퇴학 처분을 하고, 제92조(선도의 기준)에 따라 정당 활동에 관여한 학생을 선도위원회에 회부한다.
성남시 C사립고의 생활인권규정 제19조(퇴학처분에 해당하는 과실)를 보면 외부의 불순 세력에 가입해 불순 행위나 정치성을 띤 활동을 한 학생을 퇴학처분하도록 돼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지만, 경기지역 절반이 넘는 고등학교가 교칙을 통해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교칙은 정당법 위반이기도 하다. 정당법 제22조 1항(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는 다른 법령이 신분을 이유로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권자라면 누구나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달 24일 일선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생활인권규정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2개월여가 지났고, 당장 4월13일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생활인권규정 개정 관련 안내 공문을 새학기 직전인 2월 말에 보낸다"며 "올해도 그렇게 하려다 보니 늑장 대응으로 보인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 준비위원회는 "많은 학교가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관리감독기관인 경기도교육청과 각 학교의 의지 부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도교육청은 조사에서 언급된 학교의 규정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준비위는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고등학교 외 초등학교와 중학교 생활인권규정 전수조사를 해 과도하게 학생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면 바꾸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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