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자가격리 중 가족과 식사’…처벌 얼마나 강화될까?
코로나19 환자 1명이 자가격리 기간에 가족과 식사를 한 뒤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5번째 환자는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중국 우한의 대규모 의류상가에서 일했던 한국인 남성입니다.
지난달 20일 국내 4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고, 29일부터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뒤 수원의 자택에서 자가격리됐습니다.
사흘이 지난 2월 1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 오후 2시쯤 자신의 차를 타고 장안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 증상이 있었던 2월 1일 자가격리 기간 중 처제와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처제 역시 나흘 뒤 20번째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위반자에 대한 처벌 요구와 함께 제재가 약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중수본 "사실 확인 중"…격리 수칙 어기면 '벌금 300만 원'
우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5번 환자가 격리 수칙을 어겼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가격리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선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구체적인 제재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련법에 따르면 자가격리 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벌금을 3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가격리'는 감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취해지는 조치입니다.
같은 법 제80조 벌칙 조항에 따라 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약해서 제재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가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입니다.
중수본에 따르면 개정안은 다음 주 국회에서 논의되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논란이 됐던 15번 환자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수칙은?
중수본이 밝힌 자가격리 수칙에 따르면 자택 등 격리된 장소 외 외출을 삼가고, 진료 등 외출이 불가피할 때는 반드시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야 합니다.
집 안에서도 독립된 공간에 혼자 머무르고, 수건이나 식기 등은 따로 개인 물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함께 지내는 가족 또는 동거인은 격리자의 공간에 출입하지 않아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면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서로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수본은 자가격리 대상자들에 대해 하루 2번씩 전화로 이 같은 수칙 위반 여부를 확인합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이탈이 확인된다면 자치단체·소방·경찰 등과 합동으로 나서 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시범 사용을 목표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도 개발 중입니다. 격리자가 체온 등의 상태를 앱을 통해 공무원에서 보내고, 본인 동의 하에 위치정보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메르스 당시 '격리 조치 위반' 2명 유죄 선고
5년 전 메르스 확산 당시 서울과 대전에서 각각 1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1심에서 최고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이라고 통보받았지만, 자택에서 이탈해 다른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두 사람에 대한 형량은 2016년 항소심에서 최종적으로 감염병 음성 판정을 받은 점 등을 이유로 각각 벌금 100만 원(서울 격지자), 선고유예(대전 격리자)으로 낮아졌습니다.
메르스 자가격리 수칙 위반으로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 사실상 한 명뿐입니다.
당시 자가격리 대상자는 모두 1만 6,693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