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중국의 통계조작
by 조운찬 논설위원2017년 1월 랴오닝성 성장은 2011~2014년 랴오닝 정부 통계에 조작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2018년에는 네이멍구자치구가 2016년 네이멍구의 재정수입이 크게 부풀렸다며 수정된 수치를 내놓았다. 이뿐 아니다. 2014년 1월 초 내놓은 중국 28개 지방정부의 전년도 지역 GDP는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전체 GDP를 초과했다. 중국의 지방정부(성·자치구·직할시)는 모두 31개다. 3곳의 지방정부가 빠진 28곳의 지역 GDP가 국가 GDP를 뛰어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통계가 조작됐다는 얘기다.
<예고된 버블>을 쓴 금융전문가 주닝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GDP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5년 이후 2010년대 초까지 중국 지역별 GDP의 합계는 항상 국가 GDP보다 높았다고 지적한다. 왜 중국에서는 통계 수치 조작이 성행할까. 선거 등 민주적인 관리 임용·평가 절차가 없는 중국에서 통계 지표가 관리 고과의 절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 정부가 내놓는 통계 지표는 관리들이 임면권자에게 제시하는 고과 실적인 셈이다.
중국의 통계는 축소, 과장, 조작으로 악명이 높다. 서양인들이 중국 통계를 신뢰하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통계는 목적과 필요에 따라 조작된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많다. 오죽했으면 리커창 총리조차 중국 지방정부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했을까. 부총리 시절 리커창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지방정부의 GDP 대신 전력소비량, 열차 화물량, 은행 대출액으로 새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리커창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전날 대비 9배나 폭증한 것을 놓고 통계 조작·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 1000명대의 1일 확진자가 이날 갑자기 1만명대로 늘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는 감염자 판단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쉬 납득이 안된다.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서기의 동시 경질도 주목할 대목이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겠지만, 중국이 확진자 수를 2744명이라고 발표하던 지난달 26일, 한 영국 보건전문가가 했던 경고가 떠오른다.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