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신한금투, 사모펀드 부실 알고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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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라임사태 중간 검사 발표

‘무역금융펀드’ 부실투자 은폐 시도
임직원들은 수백억원 부당 이득도
사기 투자에 피해 금액 1조원 추정
증권사, 계약 따라 먼저 원금 회수
개인 투자자들 한 푼도 못 건질 듯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을 속인 채 계속 판매했다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라임자산운용 일부 임직원은 직무상 얻은 정보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 투자에 따른 피해금액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1등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의 추락에 사모펀드 시장이 신뢰의 위기에 놓였다.

금감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라임자산운용 중간 현장검사 결과와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은폐 및 사기 혐의다.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모(母)펀드 3개 중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2018년 6월 라임과 신한금투가 인지하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했던 상품이 폰지사기에 휘말리자 부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라임과 신한금투가 지난해 4월 계약을 변경해 문제를 은폐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함께 ‘사기’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수익을 내려고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손실은 더 불어났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과 3600억원 규모의 일종의 대출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일부 임직원은 ‘임직원 전용 펀드’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이들은 손실이 발생하자 다른 펀드에 부실 전환사채(CB)를 액면가에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은 도주해 현재 지명수배 중이다.

금감원은 라임이 환매 중단한 4개의 모펀드 가운데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손실률을 각각 46%, 17%로 집계했다. 여기다 무역금융펀드의 기준가격이 50%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세 펀드의 순자산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장부 금액에 비해 1조원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펀드들에 딸린 자(子)펀드 173개 중 증권사들이 선순위를 가진 펀드는 29개다. 개인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환매가 연기된 자펀드에 대한 개인 판매액이 많은 곳은 우리은행(2531억원), 신한은행(1697억원) 등이다.

국내 1등 헤지펀드 운용사가 이 같은 사기 혐의로 추락하자 금융당국은 이날 제도개선 방안도 같이 내놨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펀드의 경우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 설정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다. 라임자산운용처럼 만기가 긴 비상장 자산에 투자하면서 펀드를 개방형 구조로 설계하고, TRS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명성이 떨어지는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는 사례를 앞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과 관련, 지난 7일까지 금감원에 신청된 분쟁 조정은 214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