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농단은 확인됐는데, 연루자는 무죄라면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판사들에게 잇달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직권남용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판사는 ‘산케이신문 지국장 사건’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 사건’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에 앞서 법관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도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달에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금까지 사법농단에 연루된 14명 가운데 1심 재판이 끝난 5명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무죄 선고를 받은 이유가 석연치 않다. 임 판사에 대한 법원 판단의 경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으면서 특정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임 판사에 대해 ‘재판의 처리방향을 요청’한 사실, 이런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해석해선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죄는 지었으나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지난 13일 법관비리를 숨기기 위해 수사 관련 정보를 넘긴 부장판사 3명에 대한 판결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이들이 법원행정처에 건넨 검찰의 사건기록을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이 법관비리를 감추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수사기록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원은 “유출한 정보가 공무상 비밀로 가치가 없고, 국가 범죄수사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달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서는 ‘이현령 비현령식’ 판단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똘똘 뭉쳐 ‘사법농단 판사 구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공연히 나오는 게 아니다.
법원의 저울은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기울어져서는 안된다. 스스로에게 잣대를 들이댈 때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도 불문가지다. 법관들은 잘못을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식이라면 어느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법원은 스스로 정의로운 판단을 했는지 반문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