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끊임 없이 수용·전파·표현하면서도 소통하지 않는 ‘오늘날의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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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의 탄생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염정용 옮김
21세기북스 | 384쪽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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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개인주의의 시대라고 불린다.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대중이란 개념은 해묵은 잔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대중은 사라지고 개인만이 남은 것일까. 대중이란 말이 힘을 잃은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독일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다만 앞선 대중과는 다른 ‘새로운 대중’이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중은 문화와 정치, 팝과 스포츠, 소비 분야 곳곳에 퍼져 있다. 이들은 분노와 파괴력으로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내던 과거의 대중과 달리 항의하고, 열광하고, 즐기는 대중으로 존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어 대중의 참여를 독려한다. 사람들은 24시간 인터넷 연결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유행에 뒤처지진 않을까 정보를 끊임없이 수용하고 전파한다.

이들은 ‘좋아요’로 의사표시를 하면서도 소통은 하지 않는다.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다원화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중이라는 덩어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숫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2016년 말 촛불집회가 열리던 광화문광장에는 분절화된 이념과 취향의 공동체들이 저마다의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는 국가도 정치관도 다른 ‘개별 대중’으로 존재하며 BTS를 응원한다.

“과거의 투쟁적 구호 ‘당신은 어느 편에 가담하는가(Which side are you on?)’는 오늘날에는 틀림없이 ‘접속하는가(online)’로 끝날 것이다. 내가 어느 편에 가담하는지는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는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 책은 오늘날의 대중이 과거 대중보다 규모는 작을지 모르나, 과거보다 이질적인 사회 속에서 형성됐기에 더 높은 동질성을 지닌다는 분석으로 끝맺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