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돋보기]‘살아있는 전설’이기에 가능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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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아들 대 잇는 선수들 유니폼 모으는 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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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14일 AC밀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오른쪽 어깨에 상대팀과 교환한 유니폼을 두른 채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고 있다. MarcellFontana 트위터 캡처

14일 AC밀란과의 코파 이탈리아 4강 1차전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 나타난 유벤투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의 어깨에는 검정 줄무늬의 붉은색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AC밀란 선수와 교환한 유니폼이었다. 유니폼에는 ‘98번 말디니’라는 낯익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유니폼의 전 주인인 ‘말디니’는 AC밀란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의 아들 다니엘. 19살로 42살인 부폰과는 23살 차이다.

부폰은 클럽에선 경쟁자였고, 대표팀에선 동료였던 파올로의 유니폼도 갖고 있다. 말디니 부자의 유니폼을 모두 소장하게 된 것이다.

부폰이 수집한 ‘아버지-아들’ 유니폼은 말디니 부자만이 아니다. 파르마와 유벤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릴리앙 튀랑과 그의 아들 마르쿠스(23·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파르마 시절 동료였던 엔리코 키에사와 그의 아들 페데리코(23·피오렌티나), AC밀란 골잡이로 창과 방패의 대결을 벌였던 조지 웨아와 그의 아들 티모시(20·릴)도 있다.

부폰이 소장하고 있는 이들 부자 유니폼은 부폰이 얼마나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부폰은 옛 동료 또는 맞수들의 아들과 경기할 때마다 2세들과 유니폼을 교환한다. 1995년 데뷔해 25년째 빅리그에서 생존하고 있는 부폰만이 누리는 특별한 행운이다.

축구 선수론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폰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11경기에 나와 9골밖에 내주지 않았고, 무실점 경기도 3번이나 된다. 이날 AC밀란전에서도 유효 슈팅 11개 중 딱 한 골만 내줬다. 후스코어드닷컴이 매긴 평점은 8.55점. 양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부폰의 동물적인 반사신경, 판단력, 경험은 여전히 살아 있다.

“65살까지 뛸 수 있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이날도 부폰의 큰소리는 이어졌다. “이 친구들 손자들이 뛸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