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관여’ 삼성 전직 임원, 1심서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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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수십억 대 탈세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 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으로 기소된 전용배 삼성벤처투자 대표에게 오늘(14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벌금 77억8천만 원에 대한 선고는 유예했습니다.

재판부는 "전 씨는 국가의 조세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에게 부담을 증가시켜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범행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차명계좌를 장기간 다수 사용했고, 범행으로 포탈한 세액도 77억 원에 달해 규모도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범행 후 관련된 조세 등을 대부분 냈다"며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하지 않았고, 직접 얻은 이익은 없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을 지낸 전 씨는 삼성 임원들 명의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수 만들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사고판 뒤, 2007년과 2010년도분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 85억5천7백만 원을 내지 않은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전 씨와 함께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물산 간부 3명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최 모 씨와 정 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김 모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최 씨 등은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에 삼성물산 법인 자금 33억 원을 대납해 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사주의 건축 비용을 회사에 전가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가 모두 변제됐으며 직접 이익을 얻은 것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주 일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혀 죄질이 불량하다"며 전 씨 등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도 양도세 탈세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했지만, 2018년 12월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직접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소중지 처분을 했습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가까이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