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경선은 노조가 좌지우지?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무지개 배심원단이 1차적으로 검증"... 일문일답으로 풀어본 정의당 비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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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판을 갈자, 내 손으로 국회 교체!"

정의당이 내건 시민선거인단 '판을 가는 사람들' 모집 슬로건이다. 정의당은 진보정당 사상 처음으로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는 개방형 경선 제도를 채택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당원 투표로 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비당원(시민선거인단)에게도 투표할 권리를 부여했다. 정의당의 '정치 판갈이' 실험은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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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으로 국회 교체" 외친 정의당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윤소하 원내대표, 김종민 부대표 등이 지난달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제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선출 시민선거인단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에서 "투표하면 국회가 바뀐다"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일각에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조직표를 가진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노동조합 배경을 가진 일부 후보들이 '아묻따', 즉 아무런 조건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를 받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여기에 '무지개 배심원단'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둘러싼 현황부터 쟁점 그리고 장점과 한계까지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짚어봤다.

Q. 정의당 비례대표, 누구누구 나왔나?
A. 14일 오후 6시 현재, 당 비례대표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는 총 37명이다.

→ 정의당의 예비후보 등록은 오는 2월 20일(목)까지 진행된다. 또한 출마자들의 '출마의 변'은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직접 보기). 등록한 후보들은 이후 9일간(2월 21일~2월 29일) 선거운동을 진행한 뒤 온라인 투표(3월 1일~3월 4일), 현장 투표(3월 5일) 및 ARS 투표(3월 6일)를 거친다. 최종 후보는 3월 6일 결정된다. 이들은 당내 정책검증을 1차로 거친 뒤, 비당원인 시민선거인단 투표(30%)와 당원 투표(70%)를 통해 최종 순번을 확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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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의당 비례 예비후보들 모습. 14일 현재 37명으로, 이또한 무작위로 노출된다. ⓒ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Q. 비례대표 선출방안, 명부 구성은 어떻게 되나?
A. 경쟁명부는 총 24명까지 작성된다. 이중 청년할당은 5명(20%), 장애인할당은 2명(10%), 농어민할당은 1명(비당원가능)이다. 그 외에는 일반경쟁명부로 구성된다.

→ 비례대표 후보들을 투표할 시민선거인단 모집(온라인·ARS) 또한 오는 17일 자정께 종료될 예정이다(선거인단 홈페이지 보기). 정의당은 비례대표 경선을 시민에 개방한 데 대해 지난 1월 말 4차 전국위 개최 뒤 "청년·장애인·농어민 목소리를 담아내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다, 낡은 정치를 교체하려는 과감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Q. 후보 뒤에 노조 같은 큰 조직이 있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한 것 아닌가?
A. 특정 조직을 이용한 '표 쏠림 방지'를 위해 당원·비당원 모두에 1인 1표만을 부여했고, 투표에 앞서 후보별 정책·실력을 검증하는 '무지개 배심원단'을 거치게 했다는 게 정의당 측 설명이다.

→ 당원·비당원(시민선거인단) 모두 1인 1표만을 행사할 수 있게 설계됐다. 2표 이상 부여시 일부 특정조직에 의해 투표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후보별 정책을 검증하는 무지개 배심원단은 만 18세~만 35세 청년배심원 32명, 비정규직·청년·여성·성소수자·노인·장애인·농민·이주민 등이 섞인 일반배심원단 30여 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예비후보별로 2월 23일과 2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정책검증대회를 진행하며, 당원·비당원들이 투표시 참고할 수 있도록 최종 1위 및 상위 10위 후보자 명단을 공표한다.

심상정 대표는 14일 배심원단을 소개하며 "당원 투표·개방형 경선제가 인지도·조직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오해를 받는데, 이는 제대로 된 검증 절차가 없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라며 "배심원단은 후보별 단순한 정책 검증을 넘어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심원단의 정밀한 정책 검증은, 그간 알려지지 않고 지원 조직 없는 후보라 해도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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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무지개 배심원단 청년배심원 추첨을 한 정의당, 왼쪽부터 김종민 부대표, 심상정 당대표, 홍준호 중앙선관위원장, 강민진 대변인. ⓒ 유성애

 
Q. 출마 선언한 예비후보 당사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계로 지적되는 점은?
A. 일부 예비후보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은 장점으로 '열린 경선' '시민 참여'를 꼽았으나 단점으로는 '불안정한 시스템' '조직 동원 우려' '중장년층에 낮은 접근성' 등을 지적했다. 흥행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치면서 '찻잔 속 태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예비후보 A씨는 "경선을 시민에 개방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부의 경우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에 가입 시켜 조직선거를 치르게 될 우려가 있다"라며 "이러다간 '정의당만의 선거'로 끝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더 독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 B씨는 "지금껏 정당 공천은 모두 지도부 결정이었던 걸 볼 때, 이번 정의당 제도는 시민참여 면에서 매우 좋다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많고, 특히 중장년층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흥행이 다소 부진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심 대표는 지난 1월 8일 '시민선거인단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하며 "6만 당원과 300만 지지자와 함께 힘을 하나로 모아 70년 낡은 정치의 판을 갈겠다, 대국민 선거인단 제안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시민선거인단은 10만 명에 그쳤다. 소수이지만 당내 일각에선 "선거인단과 당원에 모두 1인 1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진성당원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