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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끌어당긴 통제사회의 미래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넷플릭스 브라질 드라마

완벽한 보안시스템이 지배하는 한 도시, 모든 시민은 드론의 감시 아래 있고 강력 범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대기업 옴니시엔트의 수습 프로그래머 니나(카를라 살리)는 정규직 전환을 고대하고 있다. 니나가 개발한 코드 덕분에 도시의 절도 범죄가 줄어들면서 니나는 수습생들과의 경쟁에서 단연 앞서나간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니나의 아버지가 집에서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니나가 아버지의 드론 영상 공개를 요청하지만, 회사는 메인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 영상에 접근하는 것은 원칙상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결국 니나는 드론의 감시를 피해 혼자 힘으로 진실 추적에 나선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드론을 동원해 시민들을 통제한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이달 초 공개된 넷플릭스 브라질 오리지널 시리즈 <더 시스템>(원제 ‘Onisciente’)에서도 드론을 통한 감시 시스템이 그려진다. 통제사회의 미래는 에스에프(SF) 장르에서 지극히 흔한 소재지만, 중국발 뉴스는 이러한 이야기가 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진행되는 일이지만,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안전한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통제와 자유를 맞바꾼다는 상상은 꽤 현실적이다.

<더 시스템> 역시 불안사회의 공포를 자극하는 기업과 시민들의 거래 결과로서의 통제사회를 그리고 있다. 옴니시엔트의 슬로건부터가 ‘두려움 없이 살아라’이다. 옴니시엔트의 시민들은 모두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 옴니시엔트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도시 바깥으로도 자유롭게 나갈 수 있지만, 그들은 안위를 위해 기꺼이 도시 안에 머물기를 원한다. 태어날 때부터 시스템 안에서 살아온 니나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풀기 위해 드론을 뒤에 두고 도시 바깥으로 처음 나갔을 때 그녀를 엄습한 감정도 해방감이 아닌 불안이었다.

<더 시스템>이 그리는 세계는 브라질의 현실과 겹쳐질 때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2년 전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독재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만연한 범죄와 부패, 불황 등의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크게 작용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보우소나루가 집권한 뒤 표현의 자유 억압과 검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더 시스템>을 연출한 페드로 아길레라는 그가 원안을 제공하고 각본을 쓴 전작 <3%>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브라질의 현실을 디스토피아로 은유한 바 있다. <3%>와 <더 시스템>은 에스에프가 엄혹한 환경에서 더욱 큰 동력을 얻는 장르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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