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기자의 '스톡 e종목'/대한항공] 코로나19·남매의 난… 안팎 난기류 뚫고 상승순풍 탈까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이 급등했다. 그렇지만 그룹에 소속된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의 주가는 ‘약세’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항공 업황 부진과 중국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관광수요 급감 등이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새해 예상치 못한 악재로 하락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2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친 대한항공은 새해부터 전해진 코로나19 발병 소식으로 한달 간 -17% 하락해 1월말 2만3650원으로 떨어진다.
다만 2월 초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이 전해진 전후로 주가는 다시 올랐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2월 3~6일까지 연속 4거래일 상승했고 7일은 장 초반 3%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910억원으로 전년(2018년·6680억원) 대비 56.4% 줄었다고 발표했다. 순손실 규모는 5710억원으로 4640억원 뛰었고 매출은 12조3000억원으로 2.8% 줄었지만 시장 영업이익 컨센서스 1432억원을 80% 이상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여기에 대한항공 측이 부동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을왕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주주들이 요구했던 비수익 사업 정리로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자산 매각 계획은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주주가치 증대를 가속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대한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올렸다.
시장은 현재 진행중인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 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한진칼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일명 '강성부 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을 꾸려 조 회장을 견제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 측이 확보한 지분이 비등해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각 다양한 경영혁신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주연합’ 측은 지배구조 개선안과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한 방안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시하고, 이 제안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주연합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하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한다며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제안했다.
대한항공의 현재 지분 구조를 보면 한진칼이 최대 주주로 29.96%를 가지고 있다. 그룹 산하 법인 정석인하학원 2.73%, 정석물류학술재단 0.42% 등이 있고, 고 조양호 전 회장이 가지고 있던 지분 0.1%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법정 상속대로 나눠가지고 있다. 한진과 한진칼, 대한항공 우선주 등 보유지분 전량을 정리한 최은영 유수홀딩스(옛 한진해운) 회장도 대한항공 보통주 지분 0.01%를 가지고 있다.
한편 한진칼과는 달리 대한항공의 주가 상승 동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2003년 사스 때보다 빠르고 그로 인해 중국노선 등 해외 여객수요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은 755억원(전년동기 대비 -38.9%)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4분기 ‘깜짝실적’은 실제로 실적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정비비 관련 회계기준 변경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재고와 비용으로 처리하던 정비순환수리부품을 유형자산으로 인식하고 감가상각비로 소급 적용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1300억원 규모의 손익개선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