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3번' 민주통합당 창당 또 삐끗…2시간만에 제동 건 손학규(종합)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17일 창당 목표로 통합 합의
손학규 반대에 안철수계 의원 제명 등 문제 남아있어 통합 가능여부 불투명
by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김진 기자, 이우연 기자진통을 거듭했던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오는 17일 합당을 완료하기로 14일 오후 극적으로 합의했다. 당명은 '민주통합당'으로 정했다. 그러나 단 2시간여만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 17일 합당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당초 3당 통합추진위원장은 각 당의 추인이 별탈 없이 이뤄지면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인 '민주통합당'이 탄생, 원내 3당으로서 교섭단체 지위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합당이 이뤄지면 원내교섭단체로 이번 4·15 총선에서 '기호 3번'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이 통합추진위원장으로서 만들어낸 성과물조차 거부하면서 3당 통합 논의는 다시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이처럼 손 대표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오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추위 합의문 추인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합의문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탈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손 대표가 마음을 바꿔 이날 나온 3당 합의문에 서명하게 되면 민주통합당의 의석은 최대 28석으로, 바른미래당의 안철수계 의원 7명이 모두 탈당하더라도 21석을 확보하게 돼 원내 3당으로 올라서게 된다. 당장 '선거구 획정'을 결정할 2월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일단 이날 3당 통추위가 합의한 바에 따르면, 통합신당 명칭은 '민주통합당'으로, 3당 대표와 최고위원 1명씩으로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 지도부 임기는 오는 28일로 당헌 부칙에 명기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3당 현 대표인 손학규 최경환 정동영 대표가 공동대표체제를 꾸리고, 가장 연장자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상임 공동대표로 오는 28일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안신당은 손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중진급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손 대표가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협상이 막판 난항을 겪었다.
통추위는 이날 오후 3당 합의문을 통해 "바른미래당·대안신당·평화당은 2020년 2월17일 합당한다"며 "당명은 민주통합당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당의 지도부는 위 3당의 현재 대표 3인의 공동대표제(각 선관위 등록)와 최고위원을 각 당에서 1명씩 추천한다"며 "공동대표 중 연장자를 상임대표로 한다"고 했다.
또 통합당 대표의 임기는 2020년 2월28일 종료되며, 임기 종료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명시했다. 임기 관련 조항(4항)과 비대위 구성 관련 조항(5항)은 통합당의 당헌 부칙에 규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통합당은 통합 즉시 통합당 강령에 동의하는 청년미래세대·소상공인협회 등과 통합을 적극 추진한다"며 "이상 합의 사항은 각 당의 추인 후 확정한다"고 했다.
이들 정당의 통추위 합의문은 지난 11일 이후 두 번째다. 이들은 당시 합의문 발표에서도 "17일까지 기득권 포기를 포함해 조건없는 통합을 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17일까지 3당 간 1차 통합을 한 뒤, 청년미래세대·소상공인 세력과의 후속 2차 통합을 이달 안에 완료하겠다는 시간표다.
이번 합의문의 방점은 통합당의 지도체제 구성 및 임기 시한, 비대위 출범 등을 당헌 부칙에 명시하기로 한 조항에 찍혔다.
이들 정당은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평화당 대표의 거취를 놓고 이견을 보였으며 전날 두 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날에는 바른미래당·평화당이 3당 대표로 구성될 지도부의 임기 시한을 당헌 부칙에 명기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대안신당이 '기득권 포기'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손 대표와 정 대표가 3당 대표 동반 사퇴를 수용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바른미래당·평화당이 우선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대안신당이 양보하면서 3당 간 통합은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됐다. 대안신당 통추위 실무를 맡은 황인철 사무부총장은 이날 합의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의 대의에 우리 당이 대폭 양보를 해서라도 통합으로 가자는 큰 틀의 동의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정당은 주말을 거쳐 오는 17일 각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을 추인할 전망이다. 특히 평화당은 이에 앞서 통합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의무화한 당헌 조항 개정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대표가 끝내 3당 합의문을 거부하면서 각 당 추인이 생각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다만 손 대표가 아직까지는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어 손 대표의 결단에 따라 3당 통합 시간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손 대표는 통합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담은 반대 입장문을 발표하려했으나, 박주선 의원에게 공개적인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입장문을 내지는 않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손 대표와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3당이 먼저 통합되면 (통합당은) 호남 지역에 국한돼 미래세대가 오기 어렵게 된다"며 "그래서 통합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통추위 결정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반대가 아닌 회의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손 대표의 생각은 (박주선 의원과) 다르다"고 했다.
손 대표가 극적으로 마음을 바꿔 합의를 받아들이더라도 몇가지 문제들은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철수계 의원들의 거취다. 이태규·김수민 의원 등 안철수계 의원 7명을 바른미래당에서 제명해도 교섭단체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이들을 제명해주자는 의견과 안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명해주자는 의견은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의원이 강하게 밀고 있으며, 호남계인 주승용 의원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만들어지는 민주통합당에 무소속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 지도 관건이다. 정인화 이용호 의원 등이 거론되는데 몇명이나 합류할지도 관건. 무소속인 정인화(광양곡성구례) 이용호(전북 남원 임실 순창) 의원 등 거론된다.
전남 여수갑의 이용주 의원의 경우 대안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아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히며 지역구에서 '더불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 이합집산에 부정적인 지역 여론을 감안해 마지막 순간까지 거취를 확정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