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서 산양 1마리 폐사…환경단체 “집단서식지,별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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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상북도 울진군 왕피천에서 탈진한 산양 한 마리가 주민에게 발견됐다. 이 산양은 현장에서 구조돼 영양군에 위치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인계됐지만, 치료 과정 중 폐사했다. 이 산양이 폐사하면서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이 지역에서 폐사한 산양은 총 60마리가 됐다. 60마리 중 25마리는 2010년 갑자기 내린 폭설로 인해 폐사한 것이지만, 그 후로도 매년 1~11마리씩 산양은 폐사했다. 산양은 환경부가 ‘종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산양의 주요 폐사 원인은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인한 아사와 탈진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울진·삼척 지역은 국내 산양 서식지의 최남단 집단서식지에 해당한다. 이 지역 밑으로는 산양이 거의 서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폐사한 산양이 구조됐던 왕피천도 생태경관보전 지역 중 하나다.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환경출장소는 이 지역에 산양 120여개체가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환경부는 2010년 산양 집단 폐사 당시 이 지역의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멸종위기종 구조치료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이 구조돼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지까지 확보된 상태에서 치료 센터는 설립되지 않았다. 울진군이 센터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신 2018년 울진군과 1시간 정도 떨어진 영양군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설립되면서 구조된 일부 멸종위기 동물들의 치료도 맡는 것으로 협의가 됐다. 정부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던 2010년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폐사한 산양 개체수가 매년 2마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굳이 별도의 치료센터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녹색연합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산양 치료 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협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녹색연합은 성명서에서 “환경부가 종복원에 쏟는 돈의 일부만 있어도 국립공원 외 지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를 보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활동가는 “기준을 ‘25마리’에 두면 1~2마리 폐사가 적어보이지만, 국내에서 산양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폐사하는 곳이 없다”며 “집단 서식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별도로) 관리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최근 산양의 서식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집단 서식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녹색연합은 “이전의 탈진, 폐사체가 대부분 금강소나무숲길과 탐방로 주변 계곡부에서 발견되었다면, 2016년~2019년 발생한 산양 탈진, 폐사 총 11건 중 6건은 도로변과 민가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역 주민 제보에 따르면 최근 3~4년 사이 민가 주변에 산양이 자주 출몰하고 있고, 특히 36번 국도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다”며 “기후변화, 먹이 부족, 개체 수 변화, 36번 국도 공사 등 여러가지 원인을 추측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