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병동 너무 열악해" 병원서 탈출한 러시아 우한폐렴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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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2.14 17: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격리 병동에서 러시아인 환자 두 명이 최근 탈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각) A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에서 격리시설에 갇혀있던 여성 두 명이 각기 시설을 몰래 빠져나갔다.

탈출 여성 중 한 명인 구젤 네달(34)은 중국 하이난을 방문한 뒤 자신의 아들이 고열과 기침 증세 보여 병원을 찾았다. 아들은 호흡기 질환 진단을 받았다. 우한폐렴 검사도 함께 받았는데, 네달은 아들이 완쾌된 후에도 병원 측에서 퇴원시켜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원 닷새째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네달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집으로 도주했다. 러시아 경찰이 네달의 집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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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격리병동에서 도주한 일리 알리나. /일리 알리나 인스타그램

병원을 탈출한 두 번째 여성인 알라 일리냐(32)는 중국 하이난을 방문한 뒤 1월 말 러시아로 귀국했다. 러시아 입국 당시 목이 아파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이후 지난 6일 구급차를 불러 상트페테르부르크 보트킨 종합병원에 입원한 뒤 우한폐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전염 예방 차원에서 14일간 격리 조치를 권했다.

그러나 일리냐는 이를 무시하고 병실 디지털 도어락을 부순 뒤 집으로 도주했다. BBC에 따르면 일리냐는 걸리지 않기 위해 병원 구조도까지 그려가며 만전을 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격리 병실은 책, 샴푸도 없고 휴지통도 비워지지 않는 등 굉장히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도망친 뒤에도 병원과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리냐는 현재까지 병원으로 돌아가라는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일리냐의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탈출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에서는 격리병동의 열악한 실태와 부실한 환자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현지 온라인 매체 폰타카는 일리냐가 격리됐던 병원 환자들이 "일리냐처럼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적은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러시아에서는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 2명 모두 완치돼 퇴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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