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향년 75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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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손으로 신발산업 일으켜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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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31일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박연차 태광그룹실업 회장이 31일 오후3시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향년 75세. 박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날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며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45년 11월 밀양에서 5남1녀 중 넷째로 태어나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베트남전 파병군으로 자원입대했던 시절 사업에 대한 흥미와 재능을 발견해 1971년 정일산업을 창업,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1980년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하고 임종 직전까지 50여년간 그룹을 경영했다.

고인은 맨손으로 국내 신발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1994년에는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법인 태광비나실업을 설립했다. 이후 2000년 베트남 명예영사 취임 등 양국 교류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 인수를 기점으로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했다.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0년 베트남목바이 오픈, 2012년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정산인터내셔날 설립, 2014년 정산애강 인수 등을 거쳐 화학, 소재, 전력, 레저를 아우르는 15개 법인을 보유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3억조8000억원, 임직원 규모는 10만여명이다.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사회 발전에도 힘썼다. 장학사업, 재난기금, 사회복지, 의료, 문화, 스포츠사업 등 현재까지 6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원해 오고 있다.

박 회장은 1988년 제25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금탄산업훈장, 2003년 베트남 친선훈장, 2008년 캄보디아 공로훈장, 2013년 제50회 무역의날 대통령 표창, 2014년 고용창출 우수기업 선정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박 회장의 생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뇌물을 준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사망하면서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끝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그룹 측은 "유족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받지 않기로 했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못함을 너그러이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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