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방역 총력' 北, 금강산 철거도 "당분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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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락사무소 중단 이어 금강산 철거도 연기
전염병 막기 위해 남북 인적 접촉 가능성 차단
우한 폐렴 잦아들면 철거 갈등 재부상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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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한국에서도 발생하면서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관련 30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뒤 개성 연락사무소 폐쇄에 이어 금강산 시설 철거 논의까지 중단하자고 요청했다. 사진은 2018년 10월23일 북한 주민이 금강산을 관광하는 모습. 2020.01.31.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31일 북측이 전날 밤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급속 확산되는 우한 폐렴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 30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발병 때는 찾아볼 수 없던 이례적인 조치다.

아울러 중앙과 도, 시, 군에 비상방역지휘부를 조직해 국경, 항만, 비행장 등 국경지역의 검역을 강화하고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등 방역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북중 교역거점인 단둥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난 데다 접경지 옌벤 조선족자치주 툰먼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북한 당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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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김동건 북한 보건성 국장이 30일 평양 보건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북한의 대처에 관해 말하고 있다. 김동건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하지 못하도록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항을 중단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접경지인 옌볜 조선족 자치주 툰먼에서 확진자 1명이 처음으로 발생해 바이러스가 북한으로 빠르게 번질 위험이 있다. 2020.01.31.

북한은 전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금강산 시설 철거 일정을 연기한 것은 남북 간 인적 접촉을 막음으로써 우한 폐렴 전염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잠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정부는 일단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23일 금강산 현지지도 과정에서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뒤 일방적으로 남측에 철거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2월'을 시한으로 못 박아놓고 금강산 관광시설을 철거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았으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철거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당분간 금강산 관광 문제로 옥신각신할 일은 없을 전망이다.

남북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시설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일부 노후시설 정비 방안을 놓고 북측과 대면 협의를 하길 원했지만 북한은 서면으로 철거 일정과 계획을 통보하라고 재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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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19.10.18. (사진=노동신문 캡처)photo@newsis.com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질 경우 금강산 시설 철거 및 관련 협의 일정은 수개월 이상 잡히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철거를 바라지 않았던 정부로서는 호재를 만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금강산 관광시설을 '보존·정비'하고 싶어하는 정부와 독자적 개발 의사까지 갖고 '철거' 방침을 세운 북한이 각자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우한 폐렴 국면 이후 금강산 시설 철거 압박을 재개하거나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군 인력을 동원해 시설 철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