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방역 총력' 北, 금강산 철거도 "당분간 연기"
by NEWSIS남북연락사무소 중단 이어 금강산 철거도 연기
전염병 막기 위해 남북 인적 접촉 가능성 차단
우한 폐렴 잦아들면 철거 갈등 재부상 할 수도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31일 북측이 전날 밤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급속 확산되는 우한 폐렴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 30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발병 때는 찾아볼 수 없던 이례적인 조치다.
아울러 중앙과 도, 시, 군에 비상방역지휘부를 조직해 국경, 항만, 비행장 등 국경지역의 검역을 강화하고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등 방역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북중 교역거점인 단둥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난 데다 접경지 옌벤 조선족자치주 툰먼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북한 당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전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금강산 시설 철거 일정을 연기한 것은 남북 간 인적 접촉을 막음으로써 우한 폐렴 전염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잠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정부는 일단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23일 금강산 현지지도 과정에서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뒤 일방적으로 남측에 철거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2월'을 시한으로 못 박아놓고 금강산 관광시설을 철거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았으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철거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당분간 금강산 관광 문제로 옥신각신할 일은 없을 전망이다.
남북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시설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일부 노후시설 정비 방안을 놓고 북측과 대면 협의를 하길 원했지만 북한은 서면으로 철거 일정과 계획을 통보하라고 재촉하기만 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질 경우 금강산 시설 철거 및 관련 협의 일정은 수개월 이상 잡히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철거를 바라지 않았던 정부로서는 호재를 만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금강산 관광시설을 '보존·정비'하고 싶어하는 정부와 독자적 개발 의사까지 갖고 '철거' 방침을 세운 북한이 각자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우한 폐렴 국면 이후 금강산 시설 철거 압박을 재개하거나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군 인력을 동원해 시설 철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