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부른 디지털세…삼성·LG·현대차에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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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부과 논의하는 137개국 협의체
'일반 제조 기업'도 과세 대상에 포함키로
구글 등 세금 유출 우려한 美 압박의 영향
삼성·현대차, 대상 되면 세금 타국에 내야
부과 방식·비율 등 미정…"빨라도 2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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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0.1.20.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디지털세(Digital Tax) 부과에 관해 논의하는 국제 협의체 IF(Inclusive Framework)가 '소비자 대상 사업'을 과세 대상에 포함했다. 전세계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판매하는 제조 기업에게도 디지털세를 물리겠다는 의미다.

구글처럼 공장 등 물리적인(고정) 사업장을 설치하지 않고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서비스 기업에 과세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 디지털세의 불똥이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우리 제조 기업으로까지 튄 셈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장기 대책 국제 논의 최근 동향' 설명 브리핑을 열고 "IF가 지난 27~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디지털 서비스 사업과 소비자 대상 사업을 디지털세 적용 업종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고정 사업장 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타 국가에서 수익을 내는 서비스 기업에 과세하기 위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국제 조세 협약은 다국적 기업에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 아닌 법인 소재지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 허점을 이용해 조세 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조세를 회피하는 기업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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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뷰=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의 모습. 2019.10.29.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구글이 대표적이다. 한국 국세청의 경우 구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의 광고료에는 법인세를 물릴 수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의 판매 수수료에는 과세할 수 없다. 한국 법인인 구글 코리아에서 거둬들이는 유튜브 광고료와 달리 플레이스토어 수수료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세 부과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프랑스는 지난해 7월 7억5000만유로(약 9835억원) 이상이면서 자국에서 2500만유로(약 328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다국적 기업에 '프랑스에서 번 총매출액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원에서 의결한 바 있다. 이때 부과 대상에는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페이스북 등 대부분 서비스 기업이 포함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디지털세 부과 관련 합의문 초안에는 "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 기업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조 기업도 온라인으로 마케팅하고 제품을 세계에 판매하므로 디지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F에 "제조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매겨야 한다"고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제조 기업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유명 서비스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던 구글·아마존·페이스북부터 앱 마켓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세계 1위 온라인 동영상 제공(OTT) 플랫폼 넷플릭스, '어벤져스' 등 큰 인기를 누리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디즈니 등의 본국은 모두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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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01.08. dadazon@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디지털세가 적용되면 미국 서비스 기업이 내던 세액이 줄어들까봐 부과 대상에 제조 기업을 끼워 넣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가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한국 정부가 거둬들일 세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세부 방침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세계 총매출액 ▲(디지털세 부과) 대상 사업의 총매출액 ▲이익률 ▲과세권 배분 대상 초과 합계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제조 기업이 특정 국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했을 경우에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된다.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제조 기업은 '기존에 본사 소재지에 내던 세액의 일부'를 돈을 번 국가(시장 소재국)에 내야 한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가 스마트폰·텔레비전(TV)·자동차를 팔아 벌어들인 수익으로 한국 국세청에 내던 세금이 미국·인도·브라질 등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디지털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IF는 내달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번 합의 사항을 추인한 뒤 올해 말 최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방안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 합의는 오는 2021년 이후에도 계속 논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할 제조 기업의 세계 총매출액 기준, 세액 배분 비율 등 합의하기 까다로운 사항이 많이 남아있다. 이후에도 IF 합의를 국가 간 다자 조약으로 합의하는 규범화 작업, 각국 세법 및 국가 간 조세 조약에 반영하는 데 드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2~3년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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