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위 막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폐지 추진
與, 공수처 출범前 없앨 듯
"靑, 특별감찰관이 제2의 윤석열 될까봐 없애려 하나"
by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 김은중 기자입력 2020.02.01 01:30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여권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하는 특별감찰관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가 발족하는 7월 이전에 특별감찰관법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 직후 특별감찰관법을 폐지하는 입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기구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제도는 2014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민주당은 '선(先)공수처법 논의'를 주장하며 특별감찰관을 40개월간 공석(空席)으로 둬왔다. 작년 말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여러 명의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지만 민주당은 "적격자가 없다"며 인선을 미뤘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별감찰관 사무실 등을 유지하기 위해 70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2년 반 넘게 특별감찰관 지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 감시·감찰은 사실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맡겨졌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측근 비위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 사찰 의혹, 조국 전 민정수석 사태,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이 줄줄이 터졌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사전에 감지해 막을 수 있었을 일이지만, 이러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애초부터 공수처법을 핑계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며 "공수처는 친(親)정권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통령과 그 친·인척, 측근들을 감시할 기관이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수처는 청와대를 제대로 감시하기 어렵다"며 "울산시장 선거개입 같은 사건은 밝혀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새로 생기면 이 같은 감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감찰관은 더 이상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위 감시 기능에 법적 한계가 있고, 정권으로부터 독립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말 그대로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하기 때문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같이 공직자가 아닌 대통령의 측근은 감시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 5촌 이상 인척과 측근 등도 '관리 사각지대'에 남는다. 또 특별감찰관은 '감찰' 기구이기 때문에 비위 행위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법은 공기업 수의계약 등을 알선·중개하거나 인사 관련 청탁을 한 경우, 공금 횡령 및 금품 수수 등을 감찰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감찰을 해서 경미한 사안이면 징계를 청구하고, 이를 넘어서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수사 기관으로 넘긴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 기구이므로 명백히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나서게 된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사실상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 임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야당은 "대통령이 앉힌 공수처장이 어떻게 대통령과 친·인척을 겨냥할 수 있겠느냐"며 "결과적으로 측근 비리는 민정수석실이 '셀프 감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특별감찰관이 '제2의 윤석열'이 돼 정권을 겨냥할까봐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015년 3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했다. 그는 박근혜 청와대의 압력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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