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승호 이후 20년 만의 신인왕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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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신인왕 이승호(39. SK 루키군 투수 코치)

좌완 투수 이승호는 1999년 군산상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부산상고와의 결승에서 완투승을 거뒀다. 그리고 2000년 신인으로 쌍방울 레이더스에 지명됐다.

그러나 쌍방울은 자금난을 거듭하다 해체됐고, 선수들은 모기업을 잃은 상태에서 쌍방울 유니폼을 입고 미국 하와이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기자는 당시 그곳에서 '신인 유망주' 이승호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쌍방울 선수들을 인수하고 연고지를 전주에서 인천으로 바꾼 SK가 그해 3월 창단됐다.

신생팀 SK는 양대리그 체제였던 2000년 매직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양대리그 8개 팀 중에서도 승률 0.338(44승 3무 86패)로 꼴찌였다. 하지만 이승호라는 신인왕을 배출해 위안으로 삼았다.

이승호는 프로 첫해 선발과 마무리, 중간 계투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10승 12패 9세이브, 평균 자책점(ERA) 4.51을 기록했다. 신인으로 유일하게 출전한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땄다.

뉴 밀레니엄 첫 신인왕이 된 이승호. SK가 창단 후 지난해까지 유일하게 배출한 신인왕이다. 이승호는 지난해 11월 상무 투수 코치에서 SK의 루키군 코치로 옮겼다.

이승호 코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0년 하와이에서 두산보다 훨씬 낙후된 경기장에서 훈련하던 기억이 난다. 저 이후로도 SK에서 빨리 신인왕이 나왔으면 좋겠다. 2월 1일부터 루키군에서 어린 투수들을 가르친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정근우와 김광현도 비켜간 신인왕

SK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왕조시대'를 구가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2012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삼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018년 4번째로 우승했다.

2001년부터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SK에서는 이승호 이후 신인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가대표 2루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정근우와 세인트루이스로 진출한 김광현도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과의 인연을 비껴갔다.

정근우는 2005년 신인 시즌에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 9푼 3리, 0홈런에 그쳤다. 2년 차인 2006년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8푼 4리, 8홈런을 기록하며 제 자리를 잡았다.

2005년 신인왕은 삼성 투수 오승환이다.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ERA 1.18을 기록했다.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호투하며 우승에 일조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신통치 않았다. 3승 7패, ERA 3.62를 기록했다.

김광현 역시 정근우처럼 2년 차에 16승 4패, ERA 2.39로 반등하며 특급 좌완의 출발을 알렸다.

2007년 신인왕은 두산 임태훈이다. 임태훈은 7승 3패, ERA 2.40을 기록했다.

SK만의 신인 육성 시스템이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

선수 출신의 손차훈 SK 단장은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좋은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신인왕이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SK는 그동안 신인들을 데뷔 첫해 정규시즌에서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 이름값이 있더라도 잔 부상이 있는 경우라면 완전히 회복된 후, 기량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후 1군에서 중용했다. 당연히 신인들의 출전 경기 수가 적었고 개인 기록 경쟁에서 타 팀 신인 선수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았다. SK의 신인 운용 정책이다. 김광현 역시 신인왕을 타지 못한 이유가 상당 부분 거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왕조 시절 기존 선수층이 두터웠기 때문에 신인 유망주들이 첫해부터 주전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SK가 신인왕 배출에 조바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조바심은 없지만 늘 기대감은 갖는다. SK는 올해 3월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이승호 이후 20년 만에 다시 신인왕이 나온다면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한국 나이 20살의 고졸 신인이라면 기분 좋은 우연도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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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손차훈 단장과 신인 투수 오원석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에 1차 우선 지명된 신인은 야탑고 출신의 좌완 투수 오원석이다. 올해 신인왕 경쟁을 펼칠 수 있는 SK의 최고 기대주다. 오원석이 '작은 이승호'로부터 20년 만에 SK 출신 신인왕 배턴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역시 고졸 신인으로 나란히 우완 투수인 KT의 소형준, 두산의 이주엽, 그리고 키움의 타자 박주홍 등이 오원석의 신인왕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