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악재에…무색해진 경기 반등 신호

by

생산·투자·소비 두달째↑…동행·선행 경기 지표도 동반 상승
정부, 전염병 악재 주시하지만…"경기 개선 신호 뚜렷" 진단
사스 때처럼 서비스업 위축 우려…대중 수출 타격 불보듯
경기 27개월째 수축 중…"역대 최장기간 지속될 가능성 있어"

http://image.newsis.com/2020/01/31/NISI20200131_0016037012_web.jpg?rnd=20200131162649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3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전철 용인시청역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1.31.semail3778@naver.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지난해 제조업 불황에 신음했던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소폭 반등하는 듯하더니 때아닌 전염병 악재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은 공식 지표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이 앞다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 가시화된 영향이 없다며 불안 심리를 차단하고 나선 정부도 실물 경제에 불확실성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와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등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데 주요하게 사용되는 3대 지표들이 각각 전월 대비 1.4%, 0.3%, 10.9% 증가했다. 세 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째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증가 폭이 컸던 설비투자의 경우 2014년 11월(13.6%) 이후 5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공공 부문에서 무려 136%가 불어났는데, 철도 차량 제작 업체인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발주한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을 수주한 것이 주요했다. 두산중공업이 포스코 건설 등으로부터 터빈을 수주하면서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가 21.5%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발표한 투자 계획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조업 불황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반도체 생산도 호조세다. 데이터 센터 수요가 늘고 5세대(G)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생산은 10월(4.9%), 11월(9.3%), 12월(0.2%)까지 3개월 연속 늘었다. 반도체와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설비투자가 증가한 영향에 제조 장비 생산이 늘면서 광공업 생산도 2016년 11월(4.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http://image.newsis.com/2020/01/31/NISI20200131_0000470400_web.jpg?rnd=20200131162649
[서울=뉴시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4% 증가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에 경기 지표에서도 회복 흐름이 나타났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8월 이후 넉 달 만에 상승 반전하면서 4개월째 상승하고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 흐름을 따라잡았다. 선행지수는 미래 경기 상황을 가늠해보는 데 사용되는 지표로, 지난해 9월부터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두 지표가 동반 상승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35개월 만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한층 더 고무된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경기 개선의 신호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제조업 BSI) 등이 모두 상승세인 것을 들면서 "경제 심리의 개선 흐름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음이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국내 감염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기 회복에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바이러스가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진행 경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 활동과 경기 개선 기대 등이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http://image.newsis.com/2020/01/31/NISI20200131_0016035834_web.jpg?rnd=20200131162649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2020.01.31. ppkjm@newsis.com

통계 당국은 이번 감염병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토대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보다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더 유사한 과거 사례로 보고 있다. GDP 성장률은 2002년 8.4%에서 사스 사태가 있었던 2003년 2.5%로 5.9%포인트(p) 급락했던 바 있다. 도·소매업과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의 부진이 뚜렷했다. 이들 산업은 2분기에 각각 -5%, -4.7%, -3.5% 각각 전년 동월 대비 뒷걸음질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2003년에는 사스로 인해 수출 증가율도 크게 위축됐었다. 1월 25.8%, 2월 21.0%, 3월 16.1%, 4월 19.2%를 나타내는 증가율은 5월 들어 3.5%로 수직 낙하했다. 수출 위축이 모두 사스 파급에 기인한 것으로 가정하면 사스 사태는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p만큼 낮췄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KIEP는 밝혔다. 올해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도 사스를 기점으로 주저앉았었다.

민간에서도 성장률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전염병이 한국 내에서 추가 확산될 경우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1년 전보다 0.6~0.7%p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1~4월 외국인 관광객이 최대 202만1000명 줄면서 관광 수입이 2조9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지출 역시 최대 0.4%p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B증권 역시 0.15%p의 하락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http://image.newsis.com/2020/01/28/NISI20200128_0016024466_web.jpg?rnd=20200131162649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관련 방역예산지원 및 경제영향 최소화 점검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28.   20hwan@newsis.com

반도체 경기 개선과 함께 상반기 수출 반등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탈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 경제가 별안간 대형 악재를 마주한 셈이다. 전염병이 언제까지, 얼마나 확산될지 세밀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점에서 불확실성만 연일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가 몸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내 주요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염증 충격으로 '세계 공장'이나 다름없는 중국 경제가 두 달 이상 멈추게 된다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에겐 치명적일 것이며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환율 등 외환 시장에선 이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특히 "역대 세 번째로 경기 침체기가 길었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변수가 터진 상황에서 (지표가 단순히 상승한 것으로)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구조적 차원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제11순환기에 들어서 있는 우리 경기는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27개월째 수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덮쳤던 제6순환기(29개월)와 제8순환기(28개월)를 제외하면 가장 길다. 앞으로 두 달 더 수축기가 이어지면 하강 국면의 지속 기간이 역대 최장으로 길어진다. 다만 통계청이 저점을 판단하는 데까지는 최소 1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단할 순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순환기에서의 수축 국면이 역대 최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w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