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베트남 민간인 학살' 관련정보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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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TF, 국정원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
국정원, 법원 '공개' 판결에도 비공개해
민변TF "부디 국정원이 판결 수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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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청년단체 연꽃아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3월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데 이어 퐁니 마을과 퐁넛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2018.03.0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1968년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재차 비공개한 국가정보원 처분에 대한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31일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에 대한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대장들의 생년월일 일부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 변호사가 소속된 '민변 베트남 전쟁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퐁니·퐁넛 학살사건'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국정원에 요청했다.

퐁니·퐁넛 학살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74여명에 대한 학살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에도 '제2의 미라이 학살'이라고 불렸을 만큼 학살 규모나 양태가 매우 처참해 외교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당시 중앙정보부는 1969년 11월께 학살과 관련된 1중대의 1소대장 최모 중위, 2소대장 이모 중위, 3소대장 김모 중위를 신문했다.

민변TF는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당시 최 중위 등에 대한 신문조서 목록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국정원이 외교 관계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자 2017년 11월 소송을 낸 바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7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활동이 가진 공익이 정보 비공개로 얻는 이익보다 크다"며 민변TF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법도 같은 취지로 국정원 항소를 기각했고, 판결은 같은해 12월 확정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판결이 확정된 직후에도 퐁니·퐁넛 학살 사건 정보를 '제3자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민변TF는 "국정원의 이같은 행태는 법률적으로 부당한 행태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숨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정원의 부당한 비공개 재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판결 직후 민변TF 소속 임 변호사는 "생년월일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로 보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정보공개 판결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소송 목적은 정보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식적 방식으로 확인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청구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공개할지 말지를 다툴 게 아니었다"면서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늦었지만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보유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2020년 국가가 보여야 할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국정원이 판결에 수용하기를 바라고 항소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목록이 공개되면 나와있는 진술서, 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다시 특정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 학살사건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진상조사를 하면 좋겠다'고 낸 청와대 청원에 대해 국방부는 '보유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민간인 학살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