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첫날' 우한교민 "방문만 열면 마스크, 세탁도 방에서"
식사는 방문 앞으로 배달…폐기물은 하루 세 번 밀봉 배출
"2주간 격리 답답함보다 우려 차단이 우선…무사히 나가길"
by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세탁은 방 안에서. 공용화장실은 이용 불가. 개인당 폐기물봉투 매일 지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31일 돌아온 한국 교민 350명은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두 곳에 격리 수용돼 첫 날을 지내고 있다. 이들은 1인1실에 방문 앞까지 식사를 배달받는 등 철저하게 서로 간 접촉을 피하며 분리된 생활을 시작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교민들이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짐을 풀고 도시락을 먹었다.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느라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이들은 시설에서 틈틈이 눈을 붙이는 한편 건강검진을 받아 가며 2주 동안의 시설 생활에 들어갔다.
입소자들은 1인1실로 배정된 방에 들어가자마자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주의해야 할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받았다. 식사와 화장실 이용, 세탁 등 모든 생활은 방 안에서 하는 것이 철칙이었다. 사람 간 접촉은 허용되지 않는다.
안내문에는 '세탁은 호 실내에서 하는 것이 원칙' '복도에 있는 공용 화장실은 이용 불가' '개인당 의료폐기물 봉투 매일 지급'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개인 쓰레기는 오전 8시, 낮 12시, 오후 6시로 정해진 하루 세 번의 식사시간 이후에 배출하고 '배출 시 내용물이 나오지 않게 밀봉' '나무젓가락 등에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유의'와 같은 내용도 강조되어 있었다.
또 위생장갑과 고무장갑을 비롯해 샴푸, 트리트먼트, 수건, 휴지, 물티슈, 빗, 세제, 개인용 컵 등 생필품과 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연고 등 의료용 키트가 입소자들에게 제공됐다.
우한의 한 대학에서 개강을 앞두고 있던 20대 유학생 A씨는 "밖에 잠시라도 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철칙"이라며 "서로 아는 사이인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 밥을 받으러 잠깐 문을 열 때도 마스크를 끼고 나가는 등 모두가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순탄하지 않았던 입국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어제부터 비행기 일정이 계속 늦어져 매우 피곤한 상태"라며 "입국하는 과정에서 열 체크를 다섯 번쯤 했다"고 전했다. 또 당초 두 대가 뜰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한 대로 줄어, 촘촘한 밀도로 비행기에 앉아야 했던 상황에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고 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했어요. 사람이 더 촘촘하게 모여 앉다 보니까 불안함이 컸어요.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간식을 나눠줬는데,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서 먹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기는 하더라고요."
가족들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A씨는 "엄마가 새벽부터 나오는 뉴스들을 보느라 (입국 때까지) 거의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다고 하더라"라며 "가족들과 틈날 때마다 계속해서 통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입국한 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 친구와도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교민들의 접근을 반대한 것이 섭섭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2주 동안 철저하게 혼자 생활하게 될 것이 막막하지는 않은지를 묻는 질문에 A씨는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 게 우선'이라며 비교적 덤덤하게 대답했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시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늘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2주 동안 혼자 생활하는 게 답답할 것 같기는 하지만, 더 걱정되는 건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이에요.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들 건강하게 2주 보낸 다음에 빨리 무사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