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정부 “가족·지인 간 전파…지역사회 광범위한 확산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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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발생자 중 5·7·8번은 우한 여행력…6·9·10·11번은 환자 접촉
모두 능동감시 대상 관리 중 발생…질본 “슈퍼전파자 있다 볼 순 없어”
전문가 “전파력 과소평가한 듯…지역사회 유행 대비 면밀 역학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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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과 고글을 착용한 의료진이 업무차 응급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동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5~11번째 환자들은 모두 보건당국이 능동감시 대상 등으로 관리해 증상을 확인하던 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두 중국 우한 여행력이 있거나 확진환자의 접촉자인 경우다.

5·7·8번째 환자는 중국 우한 여행력이 있다. 5번째 환자는 우한에 업무차 방문했다가 지난 24일 우한시 인근의 장사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33세 남성이다. 26일부터 몸살 기운이 있어 검사를 받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7번째 환자는 우한에서 칭다오를 거쳐 2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28세 한국인 남성이다. 이 환자 역시 26일부터 기침 증상을 보여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8번째 환자는 우한을 방문하고 2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62세 여성으로, 7번째 환자와 같은 비행기편으로 입국했다. 5·7·8번째 환자는 모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6번째 환자와 9~11번째 환자는 모두 중국 여행력이 없지만 확진환자와 접촉한 후 감염됐다. 이들 중 9번째 환자는 5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2차 감염환자다. 10~11번째 환자는 6번째 환자의 아내와 아들로, 국내 첫 3차 감염자다. 6번째 환자의 경우 특히 ‘밀접접촉자’로 관리되지 못한 탓에 이 환자를 통한 추가 3차 감염자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날 국내에서 첫 3차 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질본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나 슈퍼전파자의 출현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슈퍼전파자는 1명의 환자가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슈퍼전파자 5명이 전체 186명 중 82.3%인 153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번째 환자로 인해 생긴 2차 감염자가 현재까진 1명”이라며 “슈퍼전파자의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밀폐된 의료기관 같은 데서 많은 노출이 생기는 경우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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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확진환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현재의 방역체계를 유지하되 지역사회 확산을 대비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역학적 고리를 알 수 없으면 아주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지금은 우리가 고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현재대로 방역대책을 펴는 것이 아직은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무증상 감염 대책도 대비하면서 지금처럼 역학조사를 심층적으로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보다 강도 높은 확산 방지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내국인 간에 전파가 있으니 지역사회 전파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확진 속도를 보건대 우리가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기준을 정비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현재까지 전파 양상을 보면 마치 흔한 감기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이 될 수도 있는 일상적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3차 감염이 여기저기서 생겨날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환자 수가 늘어나게 되면 일반 환자가 의심증상을 보여 동네 병원에 갔을 때 A형 독감을 검사하듯이 병원에서 키트로 바로 검사하고, 자가격리를 하는 식으로 감염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본은 신종 코로나 검사법을 개발해 검증을 마치고, 이르면 2월 초부터 민간의료기관에서 신속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