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3번 → 6번 → 6번 가족 2명으로 첫 ‘3차 감염’…방역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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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 11명
3번 환자 접촉자 부실 관리 드러나
하루 새 확진 5명 더…대확산 기로
WHO 역대 6번째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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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교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철수한 교민들이 31일 전세기편으로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교민 중 한 사람이 양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하루 새 5명이 추가 발생하면서 확진환자가 총 11명으로 늘었다. 세번째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여섯번째 환자(2차 감염)의 가족 2명이 확진환자로 추가되면서 ‘3차 감염’ 사례도 처음 발생했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명의 추가 확진환자가 확인돼 이들을 대상으로 검사와 접촉자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소강상태를 보이던 확진환자 수는 이날까지 이틀 새 무려 7명이 증가했다. 환자 7명 중 5·7·8번째 환자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후 관찰 대상자였다가 확진된 사례다. 이들을 제외한 6·9·10·11번째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

국내 첫 ‘3차 감염’ 사례도 발생했다. 3차 감염이란 외부에서 유입된 환자로부터 감염된 환자가 주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세번째 환자와 지난 22일 함께 식사를 한 지인인 여섯번째 환자의 가족 2명이 3차 감염자다. 세번째 환자가 신종 코로나 증상 발현 시기를 착각하면서 여섯번째 환자가 ‘밀접접촉자’가 아닌 ‘일상접촉자’로 관리돼 자가격리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세번째 환자의 증상 발생 시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섯번째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재분류되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틀 동안 발생한 5~11번째 환자들은 모두 중국 우한 여행력이 있거나 확진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관찰 대상으로 올라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3차 감염자가 나오긴 했어도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현재까진 제한된 범위 내의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전파가 이뤄지고 있어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전파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자가 발생하는 속도를 고려할 때 독감이나 과거 신종플루 때처럼 지역사회 유행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의 국제적 확산 위험의 심각성을 판단해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2009년 이후 WHO가 지정한 역대 여섯번째 비상사태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앞으로는 개별 국가 단위가 아니라 국제사회 차원에서 공중보건 조치가 강화된다. WHO는 각국에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감염환자 격리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다만 WHO는 사람의 국가 간 이동과 교역까지 제한하지는 않았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명에 육박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베트남 등 5개국에서 ‘2차 감염’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중국 31개성과 홍콩·대만·마카오에서 누적 확진자는 31일 오후 5시 현재 9810명, 사망자는 213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는 전날보다 2000여명, 사망자는 43명 늘어나 하루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2명씩 나오면서 남미·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최소 21개국에서 100여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에선 확진자가 각각 1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