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 앞에 세우라니까" 여성 택시기사 무차별 폭행한 60대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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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1.31 21:03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맞고 있는데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보고선...."

택시운전사 김미자(가명·여·44)씨는 지난 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얼마나 머리를 많이 맞았는지 정신이 다 혼미해 졌다"면서 "경찰이 오지 않았으면 아마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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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그가 밝힌 지난 밤 사건은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지난 30일 퇴근 시각이 막 지난 오후 8시30분쯤, 김씨는 경북 안동시 태화동 도로에서 승객 강모(60)씨를 태웠다. 술 냄새가 진동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 있었다.

목적지는 10여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 다행이다 싶었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서면서 불거졌다. 강씨는 자신의 집 출입구 앞까지 가자고 했지만, 이미 그곳은 주차된 차량들이 꽉 들어차 있어 잠시라도 차를 세울 곳이 없었다. 김씨는 강씨 집이 있는 동 근처까지 가서 "여기서 내리시면 안되겠느냐"고 정중히 물었다. 데려다 달라는 출입구까지는 불과 10여m 거리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강씨가 시비를 걸어왔다. 내리지도 않고 "집 앞에 가자니까 왜 여기 세우냐"며 고집을 부렸다. 술에 취해 그러려니 하면서 김씨는 차에서 내려 직접 문을 열어주며 내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때부터 무차별 폭행은 15분여 동안 이어졌다. 갑자기 돌변한 강씨는 다짜고짜 김씨의 머리채를 잡고서 머리와 얼굴, 배 등을 마구 때렸다. "왜 이러시냐" "살려달라"며 애원도 했고, 비명도 질렀다. 하지만 그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한참 뒤 경찰이 도착하면서 소란은 진정됐다. 보다 못한 주민이 신고를 했고, 강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강씨는 경찰에서 "원하는 장소에 내려주지 않아서 때렸다"면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 4개월 된 김씨는 이날 사건 이후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는 "6살 아이를 홀로 키우며 겨우 얻은 직장인데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도저히 운전대를 더 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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