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죽었니"…中·아시아계 상대 '신종코로나 인종차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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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앉기 꺼려…이탈리아선 中여행객 가래침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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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신화/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사태로 인적이 거의 끊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 27일 길가에 놓인 쓰레기 통에 '사용한 마스크를 버리는 곳'이란 표시가 붙어있다. 2020.01.28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주 및 유럽 등 서구권에선 중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포스트, 영국 BBC 및 가디언, 영자 유럽지 더 로컬 등에 따르면 미주와 유럽 지역에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계기로 중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맨체스터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샘 팬이라는 동아시아계 영국인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지난주 버스에서 내가 자리에 앉자 내 옆자리 남성이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며 "동아시아계로서 나는 점점 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누군가가 "나라면 차이나타운에 가지 않겠다. 그 사람들은 그 질병(신종코로나)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은 영국 시민인 내가 그들보다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다 공격적인 인종차별 행위도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 로컬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래침을 뱉는 모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토리노에선 한 중국인 가족이 질병을 옮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울러 유튜브에선 한 여성이 박쥐를 먹는 동영상이 퍼지며 "지옥으로 가라", "당신은 오늘 밤 살해돼야 한다", "역겹다", "왜 안 죽었니" 등 혐오, 증오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은 3년 전 팔라우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서구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그 학부모들도 인종차별에 직면했다. 밀라노에선 이탈리아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중국인 급우를 멀리 하라고 권유하는가 하면, 중국계 캐나다인 비중이 높은 토론토 일부 지역에선 중국인 격리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캐나다 방송사 소속 한 기자가 트위터에 의료용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이발사 옆에 선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뒤 "바라건대 오늘 얻은 게 이발 뿐이길"이라는 글을 썼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이후 "오늘 트윗은 둔감했다"고 사과했다.

프랑스에선 현지 신문 르 쿠히에 피카르가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여성의 사진과 함께 '황색 경보', '황색 위험'이라는 문구를 넣은 헤드라인을 실었다가 역시 비판을 받고 사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인종차별이 급증하자 소셜미디어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문구를 써 넣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질병으로 인한 차별 조장 행위에 대해 주의를 경고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