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확산하는 신종 코로나사태, 정 총리가 나서라

어제(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1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는 2차 감염자는 물론 3차 감염자도 포함됐다. 이날 귀국한 우한 교민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뒤늦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중국 내 확진자는 1만명을 육박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사스사태를 뛰어넘어 최악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의 동선과 접촉자를 확인하는 게 시급한 문제가 됐다. ‘3차 감염’이 확인되고 ‘무증상 전파’ 사례도 보고돼 신종 코로나의 접촉자 기준과 관리방식 강화방안 등 방역체계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들에 대한 검역과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한에서 귀국을 기다리는 교민의 안전과 귀국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보건당국은 ‘경계’ 수준인 감염병 위기 경보를 높이지는 않았다. 관리 범위 수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종 코로나사태는 확산 일로에 있지만, 정부의 대책과 대응은 매끄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방역은 보건복지부에서 지휘하고 있다. 복지부가 관련 부처의 지원을 받아 사태를 지휘·수습하고, 방역 대책은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총괄한다. 질본은 신종 코로나 실무 컨트롤타워다. 그렇지만 대책 수립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또는 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이 안돼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우한 교민 수송 과정에서 유증상자 탑승, 이송 방법 등을 놓고 복지부와 외교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교민 격리 시설 지정에서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갈등을 빚었다. 정보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부처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부처 간 소통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2003년 사스사태 때 정부는 당시 고건 총리가 지휘하는 사스종합상황실을 통해 재난 대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임 이낙연 총리도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시 안정적 리더십을 보였다. 국내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정부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 확진자가 대거 나온 31일 정 총리는 감염병 대책이 아닌 권력기관 개혁안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정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책임총리를 자임했다. 지금 그 역할을 할 때다. 결코 과도한 주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감염병은 과도하다 할 만큼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