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책]어머나 세상에, 그렇게 많은 말들이 있었어…알고보니 다행이네, 말이 많아서
by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세상에 이런 말이!
니콜라 에드워즈 글·루이자 유리베 그림·양혜진 옮김
찰리북 | 64쪽 | 1만3500원
브리태니커 사전에 따르면 지구상에 6000여가지 종류의 언어가 있고, 이 가운데 100만명 이상이 쓰는 언어는 250가지라고 한다.
사실 250가지도 적은 수가 아니다.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로 통용되고 인공지능 번역기가 있긴 하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어를 접하다 보면 ‘왜 굳이 이렇게 다 다른 언어를 쓰게 됐을까, 하나의 언어만 있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을까, 빨리 기술이 발달해 이어폰만 끼고 있으면 자동으로 통역되는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언어가 다양한 것은 당연하다. 말에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문화·성격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이런 말이!>는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낱말들에 담긴 사회·문화·역사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29개 단어에 담긴 유래와 관련 배경지식을 알기 쉽게 정리한 그림책이다.
‘포론쿠세마(Poronkusema)’는 순록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라는 뜻의 핀란드어로, 약 7.5㎞를 뜻한다. 핀란드 북부에 사는 사미족의 주요 교통수단은 순록이 끄는 썰매다.
순록은 1년에 평균 2000㎞를 달리지만, 오줌은 참지 못한다. 그래서 약 7.5㎞마다 쉬었다가 달린다고 한다.
‘타알틀(Tartle)’은 옆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뜻하는 스코틀랜드어다. 한국의 김·이·박처럼 스코틀랜드도 비슷한 성이 많다. 많은 것으로 따지면 스미스·브라운·윌슨 순이고 8명 중 1명은 ‘맥(Mc)’으로 시작하는 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글루카베두르(Gluggaveður)’는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매섭게 추운 날씨를 의미하는 아이슬란드어다.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0도가량인 아이슬란드는 1년 내내 춥고 건조한 날씨가 많은데, 집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것과 밖의 날씨는 크게 다른 경우가 많아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이 밖에 책에는 유래나 관련 배경지식을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스웨덴어·스와힐리어·와기만어·아랍어 등 다양한 단어와 따뜻한 그림들이 등장한다. 다만 일본어는 2개나 있지만 한국어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한국인 입장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책의 저자는 영국인이다. 저자는 “말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려주고,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루고 사는지 가르쳐 줄뿐더러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