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 ‘올스톱’

손태승 회장 ‘DLF 중징계’에 고심
임추위 ‘후보 결정’ 안건 처리 연기
금융위 “3월 초까지 의결 확정”

우리금융이 31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결정을 돌연 연기했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전날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거취를 고심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원래 예정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안건을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차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회의에서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DLF 중징계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문책경고’ 중징계가 오는 3월 주주총회 이전에 확정되면서 3년간 금융기관 취업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제재심 바통을 받은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초까지 의결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을 이날 밝혔다.

손 회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다면 연임은 가능하지만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가 될 뿐더러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날 임추위의 우리은행장 선임이 미뤄진 것도 손 회장을 이을 차기 지주 회장을 선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내에 차기 회장 후보군이 많지 않은 만큼 먼저 지주 회장을 뽑은 뒤 나중에 은행장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은행 비중이 절대적이고 나머지 자회사는 카드를 제외하면 금융그룹 자회사라고 내세울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지주 회장에 걸맞은 경력을 갖춘 인사가 많지 않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DLF 제재심에서 함께 중징계를 받은 하나금융도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물론 함영주 하나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며 내년 3월 임기만료인 현 김정태 회장을 이을 차기 구도가 불투명해졌다. 한 관계자는 “징계 내용에 대한 행정소송을 비롯한 대응방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