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초과 허용 사유 대폭 확대…“연장근로 오남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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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업무 증가’ 등 경영상 사유 포함
노동계 “법 취지 훼손, 법적 대응”

정부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했다. 당초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서만 허용되던 것을 ‘업무량의 대폭 증가’ 등 경영상의 사유로도 허용키로 한 것이다. 노동계는 이번 조치를 노동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노동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 정부의 재량권 남용으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인가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3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주 52시간 근로의 예외사항으로, 재해나 재난 등 특수한 상황에 대비해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기업이 노동자의 동의를 얻은 후 노동부 인가를 받으면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개정 시행규칙에는 ‘특수한 상황’으로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 경영상의 사유가 추가됐다. 예컨대 원청의 납기 단축 등으로 하청의 업무량이 급증한 경우 등에도 특별연장근로 인가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또 재해·재난 예방이나 인명 보호 및 안전 확보,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으로 수습이 필요한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했다.

경영상 사유가 포함되면서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시간을 원칙적으로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가하고, 12시간을 넘는 경우 연속 2주를 넘지 않도록 운영·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경영상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인가 기간이 4주를 초과한 경우 1주 8시간 이내 운영, 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등 회사가 추가 건강 보호 조치를 시행토록 지도하기로 했다.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정부 입장에도 노동계는 “주 52시간을 넘어 12시간 이상 추가된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게 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보호장치 역시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근로시간 단축법(근로기준법)을 우회하려는 정부의 재량권 남용행위로 규정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부의 조치는 법률에 의한 노동조건 규제라는 헌법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