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여성 장의사가 알려주는 ‘좋은 죽음’
by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 지음·임희근 옮김
반비 | 360쪽 | 1만8000원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잘 안다. ‘웰다잉’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죽음을 정면으로 대면하기를 꺼린다. 나의 죽음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도 애써 회피한다. ‘죽음’과 ‘주검’도 비즈니스가 된 장례문화 탓이 크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원제 SMOKE GETS IN YOUR EYES)은 나의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좋은 죽음’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자고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20대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화장터에서 매일 송장을 화장하고 있는 여성 장의사다. 100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의 운영자다.
화장장 르포라고 할 만큼 화장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아무리 영광스럽게 포장해도 시체는 우리가 먹고 싸고 끝내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다. 화장 과정을 중심으로 저자는 시신들이 지닌 수많은 사연을 이야기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살펴본다. 돈벌이가 된 미국의 장례문화, 산 자들의 이중적 행태도 꼬집는다. 나아가 역사와 종교를 아우르며 세계 각국의 장례문화를 훑어보고, 죽음을 둘러싼 인문학적 사유로 글은 확장된다.
하루에도 수십구의 시신을 다루는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들을 전하고, 죽을 시간이 왔을 땐 받아들여 죽음과 싸우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미국 장례문화가 낯설기도 한 책이지만 죽음을 준비하자는 저자의 말은 결국 시체가 될 우리 모두가 새겨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