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과감한 교체, 데스파이네의 장점은?[용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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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파이네. 캡쳐 |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점점 더 젊은 나이의 용병이 한국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각 구단들은 화려한 이력보다 건강함과 발전 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뒤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이른바 ‘역수출’ 사례가 급증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kt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라울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계약한 것이다. 데스파이네는 1987년생, 34세로 2020시즌에 KBO리그에서 뛰게 될 용병들 중 최고령이다. 1992년생인 알칸타라보다 5살이 더 많다. 구위와 발전 가능성 보다는 경험과 노련함에 더 점수를 준 모양새다.

쿠바 출신의 데스파이네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쿠바리그, 국제대회,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를 두루 겪었다. 18살에 쿠바 리그 라 하바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데스파이네는 2013년 멕시코로 망명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쿠바 리그에서는 8시즌동안 201경기에 출장해 869.1이닝 동안 58승 42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좋은 성적을 토대로 2013 WBC에 쿠바 대표팀 1선발로 활약, 그 후 27살이던 2014년에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룬다.

6시즌 동안 정확히 50대50의 비율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 데스파이네는 (메이저리그 통산 363이닝, 마이너리그 통산 362.1이닝) 제구력이 비교적 균일한 투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3.22개와 3.15개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볼넷 지표가 크게 나빠지는 대부분의 한국 진출 투수들과 데스파이네의 차별점이다. 상위 리그에서도 나빠지지 않은 볼넷 지표는 KBO리그에서 더 좋아지거나 최소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삼진 지표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격차가 제법 컸다. 데스파이네의 9이닝당 삼진 개수는 마이너리그 통산 8.25개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5.55개로 떨어진다. 다만 가장 최근 등판인 2019시즌 마이너리그에서는 9이닝당 삼진 개수가 9.11개로 특별히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닝 당 1개 이상의 준수한 삼진 지표다.

※ 데스파이네 구종 구사 비율
2019시즌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포심 : 37%
커터 : 21%
투심(싱커) : 16%
슬라이더 : 11%
커브 : 8%
체인지업 : 6%
이퓨스 : 0.4%

2019시즌 마이너리그 인터내셔녈리그 샬럿 나이츠
포심 : 35%
커터 : 17%
투심(싱커) : 14%
슬라이더 : 9%
커브 : 11%
체인지업 : 12%
이퓨스 : 0.1%

※ 데스파이네 땅볼 유도 비율
2018시즌 마이너리그 뉴올리언스 : 땅볼 46% 라인드라이브 28%
2019시즌 마이너리그 샬럿 : 땅볼 49% 라인드라이브 21%
2019시즌 메이저리그 시카고화이트삭스 : 땅볼 28% 라인드라이브 36%
(자료 :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다양한 구종 구사력과 땅볼 유도 능력은 데스파이네의 장점이다. 2019시즌 기준 공식 집계된 구종만 7가지. 140km 후반대의 속구를 토대로 투심(싱커),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과 95km에 이르는 초저속 이퓨스까지 매우 다채로운 구질을 소화한다. 다양한 구종으로 삼진과 타자의 땅볼을 주로 유도해내는 것이 데스파이네 투구의 핵심.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크게 증가하며 정타를 많이 맞은 2019시즌 메이저리그를 제외하면 2018, 2019시즌 두 시즌 간 45%를 넘는 땅볼 유도를 기록했다.

경험이 풍부한 만큼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데스파이네는 주자가 없는 상황보다 주자가 있을 때 성적이 더 좋은 투수 중 한명이다. 주자가 있을 시 장타 억제 능력 또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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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파이네가 보여준 뛰어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제구력, 마이너리그에서는 확실히 통하는 삼진과 땅볼 유도 능력, 그리고 다양한 구종구사력과 위기관리 능력은 왜 kt가 지난해 11승을 올린 검증된 투수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쉽게 포기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창단 최초로 외국인 투수 듀오 10승을 달성한 kt. 하지만 kt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kt의 선택은 과연 적중할까. 데스파이네의 어깨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iaspire@sportsseoul.com·자료 |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