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늘어난 특별연장근로...양대노총 헌법소원·고발 등 공동대응
by NEWSIS정부 시행규칙 개정에 노동계 내달 3일 대응책 논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경영상의 사유 등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기준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자 노동계가 사실상 주52시간제 후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 근무에 대한 건강권 조치로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양대노총은 사실상 사용자에 결정권을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모든 법리적 절차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31일 고용노동부는 일시적 업무 급증, 시설 고장 등 특별연장근로를 추가 허용하는 4개 사유와 각각에 해당되는 연장근로 기간을 명시한 시행규칙 개정안을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는 '특별한 사정'에 한해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시적으로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과거 제도는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해 왔지만, 올해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받는 50~299인 기업들이 부작용을 호소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르면 ▲재해·재난 수습 또는 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 필요 ▲인명보호 또는 안전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필요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중대한 지장·손해 ▲고용부 장관이 국가경쟁력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고용부는 사유별 1회 최대 인가 기간도 명시했는데, 연구개발의 경우 1회 최대 3개월의 기간을 부여하고 이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재난, 안전, 시설고장, 업무량 폭증 등 4개 사유에는 1회 최대 4주 이내 연장 근로가 허용된다.
연 단위로는 재해·재난, 안전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시까지, 시설·설비고장, 업무량 폭증에는 각각 기간을 합산해 최대 90일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연장근로를 최소한으로 허용하는 대신 건강보호 조치를 통해 근로자의 권리와 제도 남용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의 후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다음달 3일 만남을 갖고 공동대응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양대노총은 각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의 자문을 토대로 문구 등을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달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를 예고한 직후 각각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조치가 노동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동차원의 대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유에 한해 하도록 돼 있지만 경영상의 이유까지 포함된다면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며 "노동시간의 개념 역시 확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장관의 재량에 따라 판단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주52시간 상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오히려 대기업으로부터 연장근로 사용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근로자의 지위가 열악한 영세사업장에서는 사용자 위주로 연장 근무가 이뤄지고, 대기업들은 꼼수를 부려 단축 근무를 무효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현재 연장근로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노동자들을 원고로 행정소송을 유력하게 검토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어떤 식으로든 한층 높은 수위로 표출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를 새로 꾸린 한국노총은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암시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다음달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고 여기에서 노동시간 단축 등 여러 이슈에 대한 대응 방침이 확고해질 것“이라며 "특히 대정부 투쟁을 공약으로 신임 지도부를 꾸린 한국노총 집행부가 맞는 첫 정부 대응인 만큼 본인들의 생각보다도 더 강한 액션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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