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북한 정면돌파전 휘청? "남북 보건협력 기회"

[이슈] 금강산 시설 철거도 당분간 연기... 전문가들 "북 의료 체계취약, 방역용품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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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들도 마스크로 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TV는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의료진의 안내를 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2020.1.30 ⓒ 연합뉴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28일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31일에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운행을 중단했다.

평양 주재 인도대사관은 이날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평양과 베이징을 잇는 항공기는 2월 1일 마지막으로 운항한다"라고 밝혔다. 북·중 이동수단이 중단된 건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6년 만이다.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는 등 높은 수준으로 조치를 하는 건 북한 의료보건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본 의료보건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라 신종 코로나 확산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다른 지역주민들의 출입이 봉쇄됐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안 되는 상황이다. 북한에는 마땅한 의약품이 없어 (감염자가 발생하면) 북한 내에 감염이 퍼지는 속도가 엄청날 것"이라며 "지금쯤 평양은 봉쇄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적으로 민생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중간 물류와 인적 왕래가 차단되면 북한 주민들의 시장 활동이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를 통해 남북협력의  접촉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민생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북한이 올해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정면돌파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2020년 정면돌파'를 선언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2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투쟁 구호를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라고 언급했다.

당시 북한은 대북제재를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정면돌파 전략'은 관광과 중국의 대북지원으로 볼 수 있다. 관광은 제재에 해당하지 않으니 이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중·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2000년대 이후 계속 증가했다. 2018년 북한의 무역 상대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의 발생으로 북중 거래의 활로가 차단됐다. 북한이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닥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는 북한의 정면돌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은 현재 관광도 끊기고 중국과 무역도 끊긴 상황"이라며 "바이러스가 6개월여 지속하면, 북한의 민생경제는 크게 휘청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관광 산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으로 건설된 평안남도 양덕온천문화휴향지의 운영이 1월에 시작된 상황이었다. 북한은 이곳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과 함께 '외화벌이' 수단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15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양덕온천을 두고 '세상에 없는 휴양지'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경 폐쇄로 당분간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외화벌이'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접촉면 넓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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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각지에 비상 방역"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전국 각지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사업들이 강도높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 각지의 방역 및 위생 선전 사업을 소개했다. ⓒ 연합뉴스

 
반면, 북한의 '폐쇄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남북 공동 방역이나 북한에 마스크 등 방역물품 지원을 통해 남북의 협력점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남북은 30일 신종 코로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평양 간 직통 전화와 팩스를 각각 1대씩 운영하기로 합의하며 연락 창구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이어 31일 북한은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말, 2월까지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는 요구를 잠정 연기한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이 전화-팩스 등 업무를 계속한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후퇴됐다고 볼 수 없다"라면서 "북한으로서는 신종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이때 정부가 보건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락사무소 가동은 중단됐지만, 남북이 '대체 수단'(전화-팩스)을 마련했다는 건 북한 역시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김일기 책임연구위원도 (코로나바이러스의) "북한에 진단 장비와 진단 시약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의료체계가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바이러스 진단시약,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지원해야 한다. 남북이 신뢰를 쌓기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남북협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마스크 지원 등 방역협력을 제안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봐야 한다. 더불어 남북합의의 취지 이런 것들을 고려해가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