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가 '여회장'으로 적힌 이유는...

[2차 공판] 검찰-변호인, 1차 공판에 이어 업무상 횡령 등 사모펀드 의혹 둘러싸고 공방

by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1023/IE002562652_STD.jpg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증자 제안 및 수락(계약) 여회장.hwp'

이 파일은 검찰이 지난해 코링크PE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한 직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22일에 이어 31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이 파일의 제목에 나온 '여회장'이 누구인지를 두고 검찰과 정경심 교수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정경심 교수 사건 2차 공판이 열렸다. 앞서 22일 1차 공판에서 정 교수의 혐의 가운데 사모펀드 관련한 업무상 횡령부터 서증조사가 시작됐다. 서증조사는 검찰과 변호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서류 증거를 재판부에 설명하는 자리다.

업무상 횡령 혐의의 기초적인 사실은 정경심 교수가 자신의 동생과 함께 2015년 2월과 2017년 2월 조범동씨 쪽에 돈을 보내거나 코링크PE의 주식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 금액은 정확히 10억 원이다. 검찰은 이를 투자로 보고, 변호인들은 이를 금전 대여로 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10억 원을 투자한 만큼 코링크PE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코링크PE 실소유주인 조범동씨가 회삿돈을 빼돌려 정경심 교수와 정 교수 동생에게 허위 경영컨설팅료 명목으로 돈(2017년 3월~2018년 9월 1억5795만여 원)을 지급하는 데에 정 교수가 관여하고 공모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정경심 교수 변호인들은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이 조범동씨 등에게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맺고 10억 원을 빌려줬고 10%의 정당한 이자 수익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왜 여회장으로 돼 있는지 생각해 달라"

검찰은 22일 '증자 제안 및 수락(계약) 여회장.hwp' 파일을 꺼내들었다. 이는 2016년 9월 23일자로 작성된 문서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같은 날 코링크PE 신주청약서에 사인하고 코링크PE 주식 500주(주당 100만 원, 총 5억 원)를 취득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천재인 검사는 "여회장이 누구일까 검찰에서도 수사 초기 단계에 굉장히 궁금했다. 2016년 9월 23일 신주청약서 및 코링크PE 관련자 진술에 의해서 (여회장이) 피고인으로 확인했다"면서 재판부에 "왜 여회장으로 돼 있었는지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링크PE가 설립되어 운영되어온 과정, 자금 출처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이 파일에 첨부된 내용을 보면, 코링크PE 증자 참여혜택에 '코링크와 동반성장'으로 돼 있다. 금전소비대차 대주에게 유상증자 기회를 부여하거나 코링크PE 동반성장 혜택을 주는 일은 잘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은 코링크PE 설립 직후 (코링크PE 운영에) 계속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변호인 "여성 투자자를 여투자자라고 하나"

변호인의 반박은 31일 2차 공판에서 이뤄졌다.

정경심 교수 변호인 서형석 변호사는 "검사가 여회장을 강조하면서 마치 (코링크PE의) 펀드를 피고인이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주장했다"면서 "수사기록을 열심히 보니 이미 검사가 조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자 제안 및 수락(계약) 여회장.hwp' 파일은 코링크PE 직원 이아무개씨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에게 보낸 것이다. 서 변호사는 "(이씨 진술조서에서) 검사가 '이상훈 대표에게 보낸 파일에 왜 '여회장'이라고 돼 있느냐'라고 (이씨에게) 물었더니, (제목을 지을 때) 특징을 지을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고 조범동이 여성 회장이 (투자자로) 들어온다고 했기 때문에 여회장이라 기재한 것이다'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

서 변호사는 "저를 서사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 투자자를 여사장, 여회장이라고 하지 여투자자라고 안 하지 않느냐"면서 "단순히 '여자인 투자자가 들어왔다'라는 의미인데, 이 부분을 왜 이렇게 강조를 했는지 저는 이해를 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코링크PE 직원 컴퓨터에서 발견된 코링크 PE 구조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회장으로 조범동씨와 익성 부사장 이아무개씨의 이름이 기재돼 있고, 정경심 교수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이후 검찰은 10억 원을 두고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증자 제안 및 수락(계약) 여회장.hwp'에 대한 서 변호사의 주장에는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남편 스탠스'는 무슨 뜻일까

'남편 스탠스'라는 내용의 통화 내용도 논란이 됐다.

이날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경심 교수와 코링크PE 관계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1차 공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증거로 2018년 2월 정경심 교수가 조범동씨에게 보낸 "우리 조 대표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 스탠스 보고 가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내세웠다.

앞뒤 맥락을 봐도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검찰과 변호인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이를 두고 정 교수의 코링크PE 투자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었던 남편(조국 전 장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변호인 쪽은 '남편의 스탠스'는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