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학생 단체, 강남 한복판서 ‘김정은 총살대회’
by 권오은 기자 김송이 기자입력 2020.01.31 18:54 "와! 60점입니다!"
31일 오후 6시 서울 신논현역 6번 출구 앞. 헬멧과 고글, 방탄조끼를 쓴 사람 20여 명이 BB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약 2m가량 앞에 걸린 북한 김정은의 사진을 향했다. 이마는 70점, 눈은 50점 등 점수가 매겨져 있었다. 참가자당 주어진 BB탄은 19발. 한 참가자가 사진 속 미간을 맞추자, 함성이 나왔다.
‘김정은 총살대회’를 주최한 단체는 보수 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연합이다. 한국대학생연합 측은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기본적 안보관을 확립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우려를 표하자, 여권(與圈)에서 내정간섭 논란으로 키우는 상황 등 한미관계가 우려됐다고 한다.
대회에 참가한 안수범(23)씨는 "직업 군인을 준비하고 있어 참여했다"며 "군인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북한의 위협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지영(29)씨는 "나라랑 가족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군대 때 기억나서 스트레스 풀 겸 참여했는데, 하다 보니 김정은이 진짜 적군처럼 느껴지고 더는 물러설 곳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퇴근길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강남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는 김완주(62)씨는 "추운 날씨에 이런 행사까지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며 "결국 평화는 힘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반면 이날 저녁 약속이 있어 강남에 나왔다는 박모(36)씨는 "취지는 알겠지만 공감이 별로 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한다고 사람들이 안보관이 생길 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국대학생연합은 지난해 9월 19일 출범한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생연합’이 모태(母胎)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 후 지난해 10월부터 종로구 대학로와 광화문 등에서 ‘조국 퇴진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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